우리·KB 10조원 확정, 3대 금융도 최소 10조원+α 전망민간 몫 75조원 중 절반 이상 은행권이 부담할 구조“성의 부족 찍힐라” … 금융권, 출자액 줄다리기 속앓이“규모보다 집행력이 관건 … 정치 이벤트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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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을 필두로 국민성장펀드 참여에 5대 금융지주가 최소 50조원 이상을 출자하는 '쩐의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150조원 펀드 조성 목표 가운데 민간 몫 75조원 중 상당 부분을 은행권이 떠맡는 구도가 굳어질 전망이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메가 프로젝트를 가동, 전체 펀드 중 30조원 이상을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의 기조에 맞춰 우리금융은 선제적으로 5년간 생산적·포용금융에 80조원을 투입,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부동산 중심 이자장사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금융 물꼬를 트는 일에 우리금융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KB금융도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하고 국민성장펀드 운용 전략을 논의했다. 은행·증권·손보·자산운용 등 6개 계열사가 총동원돼 GP(운용사)와 LP(출자사)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KB금융의 출자 규모 역시 우리금융과 같은 10조원 안팎으로 확정될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사실상 10조원이라는 하한선이 제시되면서 신한·하나·농협 등 나머지 금융그룹도 이와 비슷하거나 뛰어넘는 출자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5대 금융그룹이 최소 10조원씩, 총 50조원+α가 얹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정부가 목표한 민간 몫 75조원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은행권이 떠맡는 그림이다.

    정부 역시 출자 압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의 생산적 금융 전환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의 실질적 기여를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가 산업금융의 새로운 분수령인 동시에, 은행권에는 '피할 수 없는 의무'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출자 규모가 크면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이 생기고, 적으면 '정부 눈 밖'이라는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연임을 앞둔 금융지주 수장들의 고민은 깊다. 국민성장펀드가 사실상 '연임 점수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자액 경쟁으로 흐른다면 펀드가 성장동력이 아니라 정치적 점수판에 불과해질 수 있다"며 "진짜 시험대는 충성 경쟁이 아니라 실행력"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