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치매 대비 기능 갖춘 유언대용신탁, 은행권 인기 상품 부상추석 명절 맞아 부모 자산 관리·승계 고민하는 가정 늘어최소 가입금액 낮아져 '부자 전용' 아닌 '대중형 효도상품'으로 진화"효도 차원 접근 가능하지만 수수료·조건 꼼꼼히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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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추석 연휴는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기이자, 부모 세대의 노후와 자산 관리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곤 한다. 최근 금융권에서 주목받는 '유언대용신탁'은 이런 고민을 반영한 상품이다. 단순한 상속 준비를 넘어 치매나 요양 등 노후 리스크까지 관리할 수 있어 '효도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고객이 금융기관에 자산을 맡기고, 운용수익을 생활비·치료비 등으로 활용하다 사후에는 지정된 수익자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구조다. 위탁자가 치매에 걸리거나 건강이 악화될 경우 신탁관리자가 대신 요양비·장례비 등을 집행해준다. 즉 재산 관리와 노후 돌봄, 사후 승계를 한 번에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은행권은 유언대용신탁을 '고령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소 가입금액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춘 '우리 내리사랑 안심신탁'을 출시해 대중성을 확보했다. 국민은행도 '케이비 위대한유산신탁'의 간편형을 통해 가입연령을 40세 이상으로 낮추고 최소 가입금액을 1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신한은행은 최소 금액 제한이 없는 간편형을 제공해 일반 중산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농협은 500만원, 하나은행은 1만원부터 가입 가능하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조 766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연말에는 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령화와 함께 자산 관리·상속 수요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 정책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공신탁제도' 도입을 약속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단계적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24만명의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은 154조원에 달하며, 2050년에는 488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머니 문제 해결 차원에서 신탁제도가 정책적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유언대용신탁은 '효도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특히 일부 상품은 금전만 맡길 수 있고, 또 다른 상품은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까지 포함되지만 수탁 조건에 차이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효도 차원에서 부모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상품 구조가 은행마다 달라 수수료, 운용 방식, 자산 범위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