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미분양 84% 지방…미수금 증가·유동성 악화 악순환건설사 10곳 매출채권 34조…'9·7대책' 수도권 쏠림 우려국토부 안심환매 1만가구 추진…"매입 가격·규모 늘려야"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건설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는 지방 미분양이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간 적체된 미분양 탓에 중견·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사들도 미수금·차입금 증가가 현금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고 건설업계에 숨통을 불어넣으려면 정부 주도 안심환매 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6613가구로 전월대비 7.0% 증가했다. 준공후 미분양은 2만7천584가구로 전월대비 1.9% 늘었다.

    특히 준공후 미분양 83.9%(2만3147가구)는 지방소재 주택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 3702가구 △경남 3314가구 △경북 3237가구 등 경상권에만 1만가구 넘는 악성미분양이 쌓여 있다.

    미분양은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다. 미분양 탓에 아파트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이 쌓이고 이는 현금 유동성 저하로 직결되는 까닭이다.

    특히 건설사가 시행·시공을 도맡는 자체 분양사업장 경우 미분양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지방 경우 중견건설사들의 자체사업장 비중이 높아 미분양이 직접적인 재무 부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조사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KCC건설 △코오롱글로벌 △HL디앤아이한라 등 10개 건설사의 매출채권 규모는 상반기 기준 33조8000억원으로 2021년말 18조4000억원에서 15조4000억원(83.5%) 늘었다. 매출채권은 공사를 진행한 뒤 돌려받지 못한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 등이 포함된다.

    이들 건설사의 순차입금 규모도 16조원으로 확대됐다. 매출채권과 차입금이 함께 늘어난 것은 미분양으로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면서 유동성이 악화되고 그로 인해 차입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에 편중된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방 미분양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7 부동산대책'은 5년내 수도권에 주택 135만가구를 공급하는게 골자다. 서울 인근지역에 저렴한 공공주택이 다수 공급될 경우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속될 수 있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이경우 지방은 매매수요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미분양이 더욱 장기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방 미분양 해법으로는 안심환매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안심환매는 지방에서 나온 미분양된 아파트를 HUG가 준공 전 단계에서 분양가 50% 가격으로 매입해 건설사에 유동성을 제공하고, 건설사는 이를통해 대출을 상환하거나 공사비를 충당해 주택건설사업을 지속케 하는 것이다.

    건설사는 준공후 1년내에 수분양자를 찾아 HUG로부터 받은 매입가와 금융비용 등을 돌려주고 아파트를 되사면 된다.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면 소유권은 HUG로 넘어가고 공매 등을 통해 처분된다.

    그간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CR리츠(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가 지방 미분양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을 추진했다. 하지만 해당방식은 매입가격에 대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국토부는 HUG를 활용해 준공전 미분양주택 1만가구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분양보증에 가입한 공정률 50%이상 지방 아파트로 시행 시기는 3년, 매입 규모는 연평균 3000가구다.

    건설업계는 안심환매가 미분양 해소 효과를 내려면 매입가격과 규모 상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안심환매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면 과거 LH 직접매입과 CR리츠보다는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HUG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일단 급한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분양가 50% 조건으로 매입을 신청하는 건설사가 많을지는 의문"이라며 "파산 직전에 몰리지 않은 이상 분양가 50% 가격은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연간 3000가구 규모로는 계속 적체되고 있는 지방 미분양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안심환매 예산과 규모를 대폭 늘려야 건설사들도 미분양 해소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