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미수출 급감 속 사상 최대 무역 흑자 눈앞에중국발 저가 공세 확산… 신흥국도 방파제 세운다ITC, 中 우회 물량 급제동, 한화큐셀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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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으며 한국 제조업과 해운업계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중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하려 신흥시장으로 저가 공세를 확대했고, 미국은 이에 맞서 동남아 우회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외국산 선박 입항료를 3배로 인상했다. 미중 간 보복이 반복되면서 한국은 주요 수출 시장과 물류망 양쪽에서 '샌드위치 압박'을 받고 있다.◆ 中, 대미수출 급감 속 사상 최대 무역 흑자 눈 앞에중국은 대미 수출 급감 속에서도 전체 수출을 끌어올리며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8월 중국 수출은 3218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했다. 증가폭은 7월(7.2%)보다 둔화했지만 절대 규모는 확대됐다. 반면 대미 수출은 같은 기간 33% 급감해 미중 간 관세 장벽의 충격을 드러냈다.시장에선 2025년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가 1조2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뒤따른다.이는 대미 공백을 인도·아세안·아프리카 등으로 분산한 결과다. 실제로 중국의 아세안 수출은 두 자릿수(약 23%) 증가했고, EU(약 10%), 아프리카(약 26%)도 뚜렷한 확대세다. 중국 정부와 기업은 부품은 중국, 최종 조립은 동남아에서 수행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설계해왔다. 그 결과 노트북(말레이시아), 스마트폰(태국), 전기차(인도네시아) 등 주력 품목이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영국 컨설팅기업 앱솔루트 스트레티지 리서치는 그간 미국으로 수출됐던 제품의 50%가량이 향후 브릭스(BRICS) 국가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가 공세 확산… 신흥국도 방파제 세운다중국발 '가격 파고'가 커지자 신흥국들도 방어벽을 세우고 있다. 멕시코는 중국 등 FTA 미체결국산 상품에 대해 최대 50%까지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자동차·철강·섬유·플라스틱 등 1400여 개 품목을 겨냥했다.인도네시아는 중국산 전기차를 비롯한 섬유, 신발 수입 등이 전방위적으로 늘어나며 제조 공장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제화협회에서는 "트럼프 관세로 인한 혼란으로 수입품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인도 4월에 중국산 일부 철강제품에 한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진행해 한시적으로 12% 수입 관세를 부과했고 말레이시아는 중국·인도네시아산 PET(페트) 수지에 대해 5년 기한의 반덤핑관세를 확정했다. 아세안 내부에서도 반덤핑 조사 착수가 잇따르며 '저가 유입 차단→보복 관세 리스크'의 파고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운반선. 자료사진. ⓒ삼성중공업
◆ 韓 제조업·해운업 '이중고' 직면... 입항수수료 3배한국 기업들도 중국산 덤핑 공세와 미국의 수입규제로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철강·기계·화학 등 범용 산업 중심의 수출 단가는 하락세가 지속되고, 동남아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경쟁이 격화되고 있다.해운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4일부터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부과하는 입항 수수료를 톤당 46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6월 발표했던 톤당 14달러 대비 3배 이상 인상된 수준으로 4월 처음 예고했던 CEU(자동차 1대 운송 단위)당 150달러 부과안이 완화됐다가 다시 상향된 것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조선·해운 산업을 견제하고 자국 선박 건조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피해는 동맹국의 해운사들로 확산되고 있다.한국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인 영향권에 있다. 7000CEU급 자동차 운반선(순톤수 약 1만9322톤) 기준으로 입항 시 약 12억7000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며 미국이 연간 5회 부과로 한정했더라도 선박 1척당 연간 약 64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ITC, 中 우회 물량 급제동, 한화큐셀 반사이익미국이 동남아를 경유한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제동을 걸면서 미국내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기업들은 수혜를 볼 전망이다.ITC는 5월 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에서 수입되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모듈 포함)에 대해 산업 피해 또는 피해 우려가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앞서 확정한 반덤핑 6.1~271.28%, 상계 14.64~3403.96%의 고율 관세를 발효한다. 이번 조치로 동남아를 경유한 중국계 모듈의 미국 시장 진입은 사실상 차단됐다.이번 제소는 한화큐셀 USA와 퍼스트솔라 등 7개 업체가 참여한 '미국 태양광 제조업 무역 동맹 위원회(AASMT Committee)'가 주도했다. 한화큐셀의 소송대리인 팀 브라이트빌(Team Brightbill)은 "중국 본사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덤핑 제품이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를 위협해왔다"며 "이번 판정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한화큐셀은 조지아주 달턴과 카터스빌 공장을 중심으로 주택용 모듈 시장점유율 30%, 상업용 17%(2024년 말 기준)를 기록하며 미국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업계는 이번 판정으로 현지 생산 중심의 기업이 가격·공급 안정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미국은 '경제안보'를 앞세워 반중 통상정책을 강화하고, 중국은 내수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후 중국이 생산거점을 베트남·태국 등으로 옮기자,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다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무역갈등이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급망 주도권을 둘러싼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중심의 수출 구조 전환과 물류 효율화, 지역별 시장 다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한 산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특정 시장 의존을 줄이고 지역별 가격 전략을 세분화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공급망 대응 컨트롤타워를 세워 글로벌 변수에 신속히 대응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