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값 된 金… 1돈 소매가로 80만원 훌쩍 넘어 1년새 골드바 판매액 160%↑… 실버 판매도 급증전문가 "은 가격 변동성 커… 중장기 투자로 접근"
  • ▲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뉴데일리
    ▲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뉴데일리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金)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 금 시세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다. 금통장과 골드바는 물론 실버바까지 품귀 현상이 이어지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10일 현지시각 기준,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9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와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중동 정세 불안 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확산된 영향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값 전망치를 기존 42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금 시세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10일 기준 한국거래소(KRX)에서는 금 1㎏ 현물 가격은 g당 19만485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순금 한 돈 기준, 73만687원으로 부가세 등을 더한 매입 시세는 80만4000원 수준이다. 지난 8일엔 81만9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시세는 국제 금 시세를 원화로 환산한 가격(1g 기준, 17만4000원)보다 약 11%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금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과거에도 김치 프리미엄은 시장 과열 시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에는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 대비 20%가량 올랐으나 이후 투자심리 진정과 함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실물 금 투자 열기도 거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은행의 골드바 누적 판매액은 올 들어 43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금 통장(골드뱅킹) 잔액은 2조원을 돌파했고 계좌 수도 30만 개를 웃돌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골드바·실버바의 재고가 동나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금 시세 상승 기조가 단기 현상이 아닌 '장기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분절화 심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 금융억압 정책의 부작용을 헤지하려는 금 수요가 이어지는 한 금 가격의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 열풍은 은(銀)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실버바와 실버뱅킹 상품 수요가 급증하며 은 투자 시장까지 빠르게 팽창하는 모습이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의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달 42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4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달 들어서도 1~2일 이틀 만에 20억2200만원어치가 팔리며 폭발적 수요가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액(8억원)의 2.5배, 올해 누적 판매액(104억5900만원)은 작년 연간의 13배에 달한다.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실버뱅킹 상품을 운영 중인 신한은행의 '실버리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1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에도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은 시세 역시 상승세를 타며 지난주 현물 기준 온스당 50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귀금속 투자 열기는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과 은 모두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한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김치 프리미엄이 포함된 국내 실물 금 매입보다는 국제 시세에 연동된 ETF 등 간접투자 방식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은 역시 산업용 수요가 많아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중장기 분산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