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 1430원대 올라서자 전격 '구두 개입' ... 환시 불안 그림자 여전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30원을 돌파했다. 외환당국이 즉각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은 이를 일시적 진화책으로 받아들이면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원 급등한 1430.0원으로 개장했다. 장중 한때 1434.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5월 2일(1440원)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1420원대 후반에 머물며 전 거래일 대비 4.8원 오른 1425.8원에 마감했다.

환율 급등의 직접적 배경은 미·중 갈등 재점화에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100%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여기에 미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이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자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공동으로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쏠림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구두개입(oral intervention)' 성격의 발언이다.

구두개입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달러 매도 개입 대신, 발언을 통해 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조치다. 실제 개입 신호로 해석될 경우 일시적인 환율 안정 효과를 내지만, 실물 개입이 뒤따르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이번 조치가 환율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 추세 반전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44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이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환율 급등은 단기적 위험회피 심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지만, 글로벌 금리 차와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면 외환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이 향후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는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해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방식으로, 과거 2022년에도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하자 당국이 실개입을 병행한 바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9월 말 기준 4220억 달러로 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은 외환방어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지만, 원화의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 체력) 대비 변동폭이 지나치게 커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높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더라도 환율이 급등하면 대외신인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원화 약세 흐름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