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 지난 1일 퇴임 … 크래프톤 10년 동행 끝나라이징윙스, 완전자본잠식 상태 … 김정훈 대표로부터 운영자금 차입김정훈 대표 퇴직 이후 불투명해져, 연내에 차입금 만기 도래안병천 대표 10월 1일부로 취임, 25년 경력 전략기획 전문가
  • ▲ 2020년 라이징윙스 합병법인 출범 당시의 모습. 오른편이 김정훈 대표이사.ⓒ크래프톤
    ▲ 2020년 라이징윙스 합병법인 출범 당시의 모습. 오른편이 김정훈 대표이사.ⓒ크래프톤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가 크래프톤을 떠난다. 라이징윙스(당시 피닉스게임즈)가 크래프톤에 인수된 지 10년만이다. 그는 현재 크래프톤의 지분 1.78%를 보유해 비(非) 오너로선 국내 최대 주식 부자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그의 퇴임으로 라이징윙스의 운명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의 100% 자회사인 라이징윙스는 캐주얼 게임 개발을 맡아왔는데, 현재까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채 완전자본잠식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심지어 이 회사는 김 대표로부터 적지 않은 운영비를 빌려왔다. 이에 새 구원투수로 안병천 신임 대표가 투입되면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일 라이징윙스에서 공식 사임하고, 후임으로 안병천 대표가 나섰다.

    라이징윙스는 김 대표와 신봉건 전 펜타비전 개발이사가 함께 설립한 곳이다. 지난 2015년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에 인수된 이후 사명을 피닉스로 바꿨고 2020년 크래프톤의 다른 자회사 딜루전스튜디오와 합병하면서 현재의 라이징윙스가 됐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크래프톤의 주요 주주로 올라왔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빠르게 크래프톤의 지분을 확대한 것이다.

    그가 보유한 크래프톤의 주식은 84만3328주(1.74%)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특수관계인 중에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김 대표는 비 오너 주식부자 1위로 꼽혔을 정도. 현재는 김 대표의 퇴임으로 인해 특수관계가 해소됐다. 

    크래프톤 측은 “이번 인사를 통해 스튜디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개발 효율성 제고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징윙스는 한때 ‘캐주얼 게임의 명가’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빈말로라도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없다. 그간 출시해왔던 게임들이 잇따라 흥행에 참패해왔기 때문. 

    2021년 출시한 ‘캐슬크래프트’는 2023년 서비스를 중단했고 2023년 선보인 ‘디펜스 더비’는 올해 6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현재까지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라이징윙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아픈 손가락이었다. 라이징윙스는 감사를 시작한 2020년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라이징윙스가 운영비를 조달한 방법은 차입금이었다. 모회사인 크래프톤으로부터도 총 213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일으켰지만 적지 않은 비중을 김 대표에 의존해왔다. 라이징윙스가 김 대표로부터 빌린 운영자금은 7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전문경영인이 자신이 이끄는 회사에게 자금을 빌려준 셈이다.

    이 때문에 모회사 크래프톤이 라이징윙스의 차입금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김 대표가 사재를 털어 라이징윙스의 운영비를 댔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외면이 이번 김 대표의 사퇴의 직·간접적 원인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구조는 김 대표의 퇴임 이후인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김 대표는 퇴임 직후인 지난 13일에도 라이징윙스에 빌려준 10억원 규모 단기차입금에 대한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크래프톤 측은 “김 대표가 라이징윙스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기에 퇴임 이후에도 단기차입금 연장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과 12월에도 라이징윙스는 김 대표로부터 빌린 10억원의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한다. 회사를 떠난 그가 이 차입금을 연장해줄 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차입금을 출자 전환해, 라이징윙스를 크래프톤으로부터 독립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거론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