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3% ↓·적자 지속 … 中 부진·판관비 부담 겹쳐면세·백화점 철수에 국내 영업망 축소 … 올리브영만 남아스타일난다·카버코리아도 인수 후 성장 정체
  • 에스티로더컴퍼니즈(에스티로더)가 1조원 넘게 투입해 인수한 한국 화장품사 해브앤비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닥터자르트로 글로벌 시장을 휩쓸던 K뷰티 대표 브랜드가 글로벌 자본 아래서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브앤비의 2025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은 1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32억원, 순손실은 258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또 적자를 기록했다. 직전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에도 영업손실 약 144억원을 기록했다.

    채널 구조조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닥터자르트는 지난달을 끝으로 국내 면세점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면세점에서 지난해 9월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했다. 이미 2021년 말 백화점 매장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현재는 CJ올리브영이 유일한 국내 오프라인 판매처로 남았다.

    2004년 국내에서 론칭한 닥터자르트는 비비크림을 대중화하며 K뷰티의 세계 진출을 이끈 브랜드였다. 2019년 에스티로더가 해브앤비를 약 11억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더마 브랜드로 육성을 예고했지만 인수 이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해브앤비의 실적 악화는 중국 시장 부진과 비용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법인(상하이 해브앤비)은 2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반면 미국법인은 41억원의 순이익으로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다. 판관비는 1210억원으로 매출의 68%에 달했다.

    재무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유상감자(518억원)에 이어 단기차입금이 41억원에서 130억원으로 3배 늘었고 현금성 자산은 862억원에서 528억원으로 줄었다.

    에스티로더의 해브앤비뿐만 아니라 글로벌 화장품기업에 인수된 다른 K뷰티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매각된 스타일난다는 지난해 매출 2249억원, 영업이익 396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연매출 2000억 원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동대문 의류 쇼핑몰로 출발해 색조 화장품 3CE(쓰리컨셉아이즈)로 중국·일본에서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지만 인수 이후 성장세는 둔화했다. 로레알은 6000억원을 투입해 스타일난다를 인수하며 K컬러 메이크업의 글로벌화를 노렸지만 매출 규모는 정체 상태다.

    2017년 영국 유니레버에 매각된 카버코리아(AHC)역시 인수 직후를 고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782억원, 영업이익은 441억원으로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폭발적 성장을 보이던 AHC의 매출과 이익을 주목한 유니레버가 3조원을 베팅했지만 현재 실적은 인수 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티로더의 해브앤비 인수는 K뷰티 글로벌화를 상징했던 거래였지만 인수 이후 본사 중심의 경영 체제 속에서 브랜드 본연의 색을 잃고 있는 듯하다"며 "글로벌 M&A는 단기 실적보다 브랜드의 지속성과 시장 적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