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3개국 R&D 세제지원 비교 분석 결과27개국 대·중소 차등 없어 … 韓·日만 계단식 차등대기업 일반 R&D 세액공제율 OECD 최저 수준"계단식 차등 없애고, 직접환급제도 등 도입해야"
  • ▲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전경. ⓒ대한상의
    ▲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전경. ⓒ대한상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제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지원격차가 존재하고, 직접환급제도가 없는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뿐이었다. 신기술 선점이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에 기업이 성장할수록 불리한 계단식 차등이 이뤄지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OECD INNOTAX 포털’에 등재된 33개국의 ‘R&D 세제 지원제도’를 비교,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R&D 세제 인센티브 제도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제율을 차별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6개국에 불과한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7개국은 공제율에 차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기업이 당해연도에 받지 못한 공제분을 직접 환급해 주는 제도는 OECD 33개국 중 22개국이 운영 중인 반면 우리나라, 일본 등 11개국은 환급제도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대·중소기업간 차별적인 지원을 하면서 환급제도도 운영하지 않는 국가는 33개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 두 곳뿐이었다.

    R&D 세제 인센티브 종류 중에서는 법인세를 세액공제 해주는 방식이 14개국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손금산입이 6개국, 사회보장비용 등을 공제해주는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는 3개국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제도를 혼용해서 적용하는 국가도 10개국이 있었다.

    OECD 33개국 중 대·중소기업간 공제율에 차등을 보인 6개국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일반 R&D 세액공제 제도의 공제율 격차가 가장 컸다. 국내 조특법상 일반 R&D 세액공제는 대기업 2%, 중소기업 25%로 23%p의 격차가 있었고, 신성장·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의 경우에는 10%p의 차이가 났다. 연구개발 관련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대·중소기업간 9~10%p의 공제율이 차이났다.

    기업규모별 차등이 있는 6개국 중 일부 국가는 격차가 작거나, R&D 투자규모 등에 따라 격차를 줄여주고 있다. 일본은 R&D 지출 증가율 등에 따라 공제율이 정해지는데, 대기업은 1%~14%, 중소기업은 12%~17%로 공제율 격차는 3%p~11%p 차이가 나지만, 기업의 R&D 투자 상황에 따라 일부 구간에서는 대기업이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는 구간도 있다.

    호주도 대기업의 R&D 비용 중 전체 비용의 2%를 초과하는 부분에는 8.5%가 아닌 16.5%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등 R&D에 많은 투자를 하는 대기업에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차등이 없는 27개국 중 영국, 프랑스 등 6개국은 기본 제도상 차등은 없으나, 예외적인 경우 추가 지원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설립 8년 이내 기업에 한해 연구개발 인력의 사회보장기금 납부를 면제했고, 영국은 적자 중소기업 중 R&D 비용이 전체비용의 30%를 넘는 기업에 손금산입을 허용한다.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대기업 일반 R&D 비용 세액공제율은 주요국에 비해서도 최하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법인세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는 18개국의 공제율을 비교해 보면 일반 R&D 비용에 대한 대기업 공제율은 2%로 1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공제율이 낮은 이탈리아, 헝가리 등도 공제율이 10% 수준이었고, 가장 높은 포르투갈은 32.5%였다.

    기업이 R&D 비용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받아도 세금 납부액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미공제분이 발생하는데,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제도를 운영 중인 나라는 OECD 33개국 중 22개국에 달했다.

    환급제도를 보유한 22개중 17개국은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모든 기업이 환급을 받을 수 있었으며 미국, 호주, 캐나다, 폴란드, 콜롬비아 5개국은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에 대해 환급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한국, 일본, 핀란드, 멕시코 등 11개국은 환급제도가 없었다.

    대한상의는 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대중소기업간의 차등적 지원 방식을 철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계단식으로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방식이 성장의 장애물이 될 수 있고, 또한 이미 여러 국가에서 대·중소기업간의 차등을 두지 않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환급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D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는 만큼 미수령 공제액에 대해 환급을 해 줄 경우 기업의 입장에서 R&D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유용한 지원 제도들은 우리나라도 도입 필요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 시행 중인 가속상각 제도는 기업의 설비,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비용을 빠르게 인정함으로서 기업이 투자 초기 법인세를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추가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 주는 장점이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가간 기술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혁신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R&D 지원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규모와 같은 조건보다는, 실제 성과를 내는 기업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