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의원·약국도 ‘실손24’로 청구 가능병·의원 “참여해도 이익 적어”… 전산화 인프라 격차 뚜렷금융당국 “인센티브 확대·플랫폼 연계로 참여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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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간소화) 서비스 도입 1년을 맞아 오는 25일부터 2단계 시행이 시작된다. 의원과 약국까지 청구 대상이 확대되며 이용자 편의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저조한 요양기관 참여율과 전산화 비용 갈등 등은 여전히 제도 정착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대상이 기존 병원급 기관과 보건소(1단계, 약 7800곳)에서 의원 및 약국(2단계, 약 9만6000곳)까지 확대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환자가 진료 후 별도의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의료기관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로 청구서류가 자동 전송되는 서비스다. 해당 시스템은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24’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진단서와 영수증을 직접 발급받아 서면으로 제출해야 했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전산화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였다. 실손청구 간소화는 서류 발급이나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으로, 병원 서류 발급·제출·지급 심사 등 복잡한 단계를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6%가 “기존 방식보다 실손24 청구가 더 편리하다”고 답했으며, 94%는 “향후에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 도입 1년이 지난 현재, 의료기관의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실손청구 전산화에 참여한 요양기관은 총 7801곳으로, 병원급·보건소(1단계) 참여율은 59.4%, 의원·약국(2단계)은 3.3% 수준에 그쳤다.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실손24에 가입하지 않아도 법적 불이익이 없고, 기존 방식으로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산화 시스템 구축비용을 둘러싼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와 보험업계 간의 이견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서버비와 시스템 개발비를 부담하고 있지만, 일부 EMR업체가 추가 지원을 요구하면서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자체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형 병·의원과 약국은 EMR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런 갈등이 제도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의료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산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따른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며, 약국 등 요양기관에는 별도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 EMR업체에는 시스템 개발비와 유지보수비가 지원된다. 정부는 참여 의료기관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보증부 대출의 보증료 0.2%포인트 감면(2026년 말까지), 일반보험 보험료 3~5% 할인(2025년 11월부터) 등의 경제적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지원 확대와 간담회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음에도, 실제 참여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보험업계와 의료기관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기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급자 측 참여가 부진한 가운데, 보험개발원은 소비자 이용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22일부터 11월 16일까지 2주 단위로 총 4회 진행되며, 각 회차별 선착순 4만 명이 실손24를 통해 보험금 청구를 완료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이 지급된다. 보험개발원은 향후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해 접근성을 높이고, 추가 이벤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소비자 편의성 제고 노력과 별개로,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의원과 약국으로 확대되는 2단계 시행이 청구 건수 증가로 이어지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의료기관 참여율”이라며 “편의성만으로는 완전한 제도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