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페리아 생산 차질 … 최대 6개월 공급 불투명유럽차 영향권 … 2021년 '반도체 악몽' 재현될라사태 장기화시 韓 확산될 수도 … 생산 중단 우려
  • ▲ 넥스페리아 본사 전경. ⓒ연합뉴스
    ▲ 넥스페리아 본사 전경.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차단하면서 국내 수입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서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해당 문제가 국내 완성차 업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다만 넥스페리아가 공급하는 반도체가 수많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공급되는 만큼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한국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넥스페리아가 중국에서 제조한 반도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발생할 생산 차질에 대비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상황이 며칠 내 핵심 부품공급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이 10~20일 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 상황은 상당한 생산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가까운 시일 내 생산 중단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를 비롯해 현대차,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에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등을 공급한다. 지난 2019년 중국 윙테크가 36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차단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으로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을 우려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윙테크의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박탈하자 넥스페리아 차이나가 본사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실제 넥스페리아 차이나는 "중국 공장은 현지 관리자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본사 지시를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라며 네덜란드 본사 주문을 무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한 대에는 넥스페리아 칩 약 500개가 들어간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 공급업체들은 정부 관계자들과 비상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체 부품을 확보하고 품질 인증을 받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보쉬의 대변인은 "넥스페리아의 다른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라며 "관련 당사자 간 신속한 해결을 통해 현재의 공급 병목 현상이 완화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긴장감이 감돈다. 넥스페리아는 주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국내 대형 부품사와도 공급망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사태로 인한 현지 생산 차질 등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파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계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이른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 현대차·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약 47만 대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도 신차 대기 기간이 차종에 따라 최장 30개월까지 길어지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일제히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기능 옵션을 제외한 이른바 '깡통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국내 민간 기업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차량용 반도체 동맹인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를 출범, 공급망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개발부터 양산까지 시간이 필요해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남아있는 만큼, 아직은 수급난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가정해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