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려 굳힌 하이드로젤로 세포외 소포체 고효율 분리혈액·소변 등 생체액서 전처리 없이 진단 가능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게재 … 정밀의료·신약개발 새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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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의료원
    복잡한 장비나 전처리 과정 없이 암 진단의 단서를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하이드로젤 기술이 개발됐다.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미세 입자인 '세포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 EV)'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기술로 향후 정밀의료와 신약개발 분야에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최낙원 교수와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봉기완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지윤 박사 공동연구팀은 얼린 하이드로젤을 빛으로 굳혀 세포외 소포체를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신개념 분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9월 2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세포외 소포체는 암, 신경질환, 대사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 가능한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초원심분리(ultracentrifugation) 방식은 고가 장비와 복잡한 전처리, 낮은 처리량으로 인해 연구 및 임상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젤 재료를 '얼린 뒤 빛으로 굳히는' 방식으로 약 400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 다공 구조를 구현했다. 이 구조는 세포외 소포체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며 그물처럼 포집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단시간에 고순도의 EV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혈액, 소변, 침, 우유, 세포배양액, 위암 환자 복수(腹水) 등 다양한 생체액에서도 별도의 전처리 없이 세포외 소포체를 분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최낙원 교수와 봉기완 교수는 "이번 기술을 통해 연구자나 산업체가 복잡한 장비 없이 간단한 공정만으로 고순도의 세포외 소포체를 확보할 수 있다"며 "정밀의료, 신약개발, 체외진단 등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의 실용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IST 강지윤 박사는 "하이드로젤 기반 분리 기술은 기존 초원심분리의 한계를 극복하며 효율성, 접근성, 대량 처리 등 여러 측면에서 강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ERC), KIST 주요사업, KIST-KU School 운영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