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대책 일주일 적막감…"재산권·거주이전 자유 침해"중개업소 "대책 이후 매수문의 실종…형평성 없는 규제"전문가 "거래절벽 당분간 지속…실수요자 보호조치 필요"
-
- ▲ 상계주공 6단지 아파트=나광국 기자
지난 10월15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에 따른 역풍이 거세다. 정부의 일률적 규제가 되레 서민주거지를 옥죄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규제영향을 전면으로 받은 지역을 순차적으로 찾아 이들이 처한 주거불안 상황을 현장감 있게 짚어볼 예정이다."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다들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에요. 한강벨트는 집값이 많이 올라서 규제가 예상됐고 추석 전후로 거래가 활발했지만 노원은 딱 5일(토허제 지정효력 기간) 뿐이었죠. 다급해진 일부 집주인은 집값을 약 10% 낮춰서 내놓은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매물도 거의 없는데다 매수 문의전화는 완전히 끊긴 상황입니다."(서울 노원구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10·15대책 발표 일주일이 지난 22일 찾은 노원구일대는 적막감이 흘렀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전방위 규제'가 실수요자 주거이동권을 사실상 차단했기 때문이다.정부가 풍선효과 차단을 명분으로 획일적 잣대를 적용하면서 서민주거지역까지 강남수준의 규제를 받게 됐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서민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규제"라며 불만을 토로했다.노원구 상계주공 6단지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는 "노원은 자녀 교육을 위해 거주하는 실수요자 위주 시장이고 집값도 변동이 거의 없는데 왜 여기까지 토허제가 적용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번에 광진구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대출규제 강화와 토허제 때문에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져 화가 나고 '그냥 너희는 거기 계속 살아라'는 메시지인가 싶다"고 말했다. -
- ▲ 상계주공 6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나광국 기자
상계주공 7단지에 사는 40대 남성 B씨도 "이번에 전세갱신이 끝나서 매매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계획이 다 틀어졌다"며 "하계동에 사는 지인은 집을 팔고 타지역으로 이주를 진행했지만 토허제 적용으로 현재 거주 단지내 평수가 넓은 집으로 계획을 수정하게됐다. 이처럼 정부는 왜 서민들이 주거불안정으로 고통받게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호소했다.노원지역 부동산업계 일부도 정부 토허제 지정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개인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로 당분간 거래가 급격하게 줄 것으로 전망했다.상계주공 7단지 인근 Y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일대는 신혼부부 등 자금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이 전세를 끼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이게 막히면서 매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보니 문의 자체가 없다"며 "최악의 상태가 이어지면 중개업 폐업도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지금 집주인들도 멘붕이다"며 "몇 달 전부터 타지역으로 이주를 계획하고 있었던 집주인들 중 이번 대책으로 이주계획을 전면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강남과 일부 한강벨트 경우 현금이 넉넉한 투자자나 수요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한두달후 신고가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면 노원을 비롯한 외곽은 거래가 오히려 시장이 죽어 집값 양극화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
- ▲ 창동주공 3단지=나광국 기자
도봉구 일대 분위기도 비슷했다.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부규제 형평성을 지적했다.도봉구 창동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토허제를 지정했다면 10·15대책 피한 동탄, 구리, 부천 등은 갭투자로 지금 뜨거운데 그것은 또 괜찮은 것인지 묻고싶다"며 "정부 의도가 그렇다면 전국을 토허제로 지정해 버리는 것이 차라리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했다.이처럼 노도강 지역에서 불만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낮은 집값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노도강 아파트 가격은 △노원구 1.3% △도봉구 0.5% △강북구 0.7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기간 서울 평균상승률인 6.11%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상승률이 높은 송파구(15.22%)나 성동구(13.86%) 대비로는 1할도 오르지 않은 셈이다.개별 단지를 살펴보면 연초 대비 실거래가격이 하락한 곳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상계동 '상계주공13단지' 전용 45㎡ 실거래가는 올해 1월 3억7500만원에서 이달 3억4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상계주공12단지' 전용 41㎡ 실거래가도 올해 2월 4억2000만원에서 이달 3억9000만원으로 낮아졌다.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도 3월 9억2100만원에서 지난달 9억1000만원으로 소폭 하락세다. 같은 기간 수유동 '수유벽산1차' 전용 122㎡도 실거래가격이 7억8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주저앉았다.전문가들은 노도강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내집마련 수요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며 "내집마련 실수요층에 한해 DSR·LTV를 완화하는 등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김효선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DSR·LTV 강화로 실수요자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내집마련이 위축될 것"이라며 "실수요층에만 DSR·LTV를 완화하고 소득대비 상환능력 기준을 세분화해 서민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