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망막정맥폐쇄 질환 실험실서 재현질환 全과정 관찰 가능·약물 반응도 확인 … 신약 개발 앞당길 듯포스텍 조동우 교수·은평성모병원 원재연 교수팀과 공동 연구소재·나노공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에 게재
-
- ▲ 공동연구팀. 왼쪽부터 한국외대 김정주 교수, 포스텍 조동우 특임교수, 은평성모병원 원재연 교수.ⓒ한국외대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생명공학과 김정주 교수 연구팀이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인체 망막 모사 칩(retina-on-a-chip)'을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망막정맥폐쇄 질환을 체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실험실에서 질환을 재현해 약물 반응을 시험할 수 있어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연구는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특임교수 연구팀, 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진행했다.망막정맥폐쇄는 고혈압과 당뇨 등 질환으로 말미암아 망막 혈관이 막혀 시력이 손상되는 주요 실명성 질환이다. 아파트 수도관이 막혀 물이 역류하듯, 망막의 정맥이 좁아지면 혈액이 흐르지 못하고 망막이 부어오르며 염증과 신생혈관이 생겨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기존 치료법은 증상을 완화할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며 재발률도 높았다.망막정맥폐쇄 연구는 주로 동물실험과 평면(2D) 세포 배양에 의존했다. 동물과 사람의 생리적 차이가 너무 크고 평면 배양으로는 복잡한 망막의 입체 구조나 혈관 협착 현상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
- ▲ 망막 유래 바이오잉크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구현한 인공 망막칩 및 RVO 모델 제작 과정.ⓒ한국외대
공동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실제 망막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은 세포외기질(ECM)로 '하이브리드 바이오잉크'를 제작해 망막 고유 생화학적 신호를 그대로 반영한 미세환경을 구현했다. 또한 다중 노즐과 삼중 동축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망막의 혈관·세포층·혈액망막장벽을 구현하고, 일부 혈관을 인위적으로 좁혀 질환의 병리적 진행을 재현했다.그 결과 혈관 협착에서 허혈·염증·혈관 누출·망막 기능 저하에 이르는 질환의 전 과정을 실험실 칩 위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실제 환자와 유사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내피세포 손상, 장벽 붕괴 등의 현상을 확인했다.기존 항염증제나 항혈관신생제를 투여했을 때도 실제 환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스피린은 손상 억제 효과를 보였고, 임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약물 덱사메타손, 베바시주맙을 투여했을 때 염증과 신생혈관이 줄어드는 반응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신약 평가와 환자 맞춤형 치료 플랫폼으로써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한국외대 김정주 교수는 "망막 특이적 세포외기질을 활용해 복잡한 병리 환경을 칩 위에서 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당뇨망막병증이나 황반변성과 같은 다른 실명성 질환 모델로도 확장해 정밀 의료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포스텍 조동우 교수는 "실험실에서 망막정맥폐쇄 병변을 재현할 수 있게 돼 신약 개발의 전임상 단계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은평성모병원 원재연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망막정맥폐쇄 환자의 병리 과정을 직접 추적하거나 약물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그 한계를 넘어 새로운 연구 도구를 제시했다"며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소재·나노공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드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 첨단 복합·하이브리드 소재)'에 게재됐다. 외대 김정주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 사업,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 한국외대 교내연구 지원으로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