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81%·국민銀 17%, 주요 은행 간 부동의율 최대 64%p 격차채무조정, 은행 따라 ‘운명 갈려’ … 현장선 “서류만 빨라졌다”공시·절차 개선 불구 은행 리스크 회피 … 채무조정 동의율 제자리“손실보전·세제 유인 없인 제도 신뢰 회복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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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출발기금 홈페이지 갈무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 정부의 새출발기금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2단계 개선안을 시행하며 제도 신뢰 회복을 선언했지만, 은행 간 부동의율(채무조정 거부율)은 여전히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류만 빨라지고 결과는 그대로"라는 현장의 반응처럼 제도는 이름값을 못 하고 있다.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중개형 채무조정의 주요 은행 부동의율은 우리은행이 81%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 63%, 국민은행 17%로 나타났다. 같은 제도 내에서도 최대 64%포인트(p)의 편차가 발생했다. 채무조정을 신청한 자영업자는 어떤 은행을 이용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구조다.부동의율은 금융기관이 소상공인 등의 채무조정 요청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회신한 비율이다. 2022년 도입된 중개형 채무조정은 연체 3개월 이내 자영업자에게 금리 인하·만기 연장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만약 금융사가 이를 거부하면 해당 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새출발기금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채무자는 신용상 불이익을 받고, 약정 체결까지 평균 76일에서 266일로 3배 이상 시간이 늘어난다.금융당국은 제도 신뢰 회복을 위해 올해부터 업권별·기관별 부동의율을 공시하고, 지난 9월부터 절차를 개선했다. 과거엔 모든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일부 채권이라도 동의하면 전체 약정을 우선 체결하고 이후 새출발기금이 부동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부동의율을 낮추는 것이 서민금융 정상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이번 개선으로 지원 대상은 올해 6월까지 사업을 이어온 자영업자까지 확대됐다. 총채무 1억원 이하 무담보 채무의 원금 감면율은 최대 90%로 상향됐고, 30일 이하 연체자는 조정 후 금리가 기존 연 9%에서 3.9%로 낮아졌다. 채권기관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부동의 채권은 원채권기관이 보유하도록 해 재정 부담도 줄였다.그러나 현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은행 측은 채무조정에 동의하면 내부 부실률이 늘어 건전성 지표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공시 압박만으로는 은행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가 중심의 압박만으로는 은행을 움직일 수 없다"며 "결국 손실은 금융사가, 성과는 정부가 가져가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자발적 협력은 어렵다"고 말했다.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개선안 시행으로 약정 속도가 30% 이상 빨라졌다고 밝혔지만, 정작 채무자 입장에서는 체감 변화가 거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소상공인 단체들은 "은행 간 부동의율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제도는 다시 형식에 머물 것"이라며 "정부가 실질적 손실보전 장치나 세제 인센티브 등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전문가들도 제도 구조의 한계를 짚는다. 지속 가능한 상생 시스템을 만들려면 은행의 위험 부담을 완화할 장치가 필수라고 제언한다. 채무조정 제도 개선이 속도 향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은행의 동의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이에 대해 금융위는 "부동의율 개선 및 채무조정 약정속도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업권별 간담회 등 협약기관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