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판매 신기록에도 수익률 급감25% 관세 탓 … 韓美 협상 불투명양국 입장차 뚜렷 … 장기화 우려도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완성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이 서명 직전 단계에 있다"라고 밝히면서 자동차에 부과되는 25% 고율 관세가 인하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분기마다 수조 원의 관세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선 이번 APEC에서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이 관세 타결의 분수령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은 아직 공통 문서 작성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에 따르면 양국은 관세 문제를 포괄 협상 의제로 다루고 있으나, 합의안 초안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은 앞서 지난 7월 자동차 관세율에 대해 25%에서 15%로의 하향 조정에 합의했으나,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막판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의하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48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역시 2조2042억 원으로 23.5% 감소할 전망이다. 합산 감소 폭은 무려 1조7732억 원이다.

    이는 특히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성적표라 충격이 크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올해 3분기 전년 대비 12% 증가한 48만175대를 판매해 역대 분기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많이 팔수록 관세도 많이 지불해 수익성이 떨어진 셈이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기아의 3분기 대미 관세 손실만 2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현대차가 1조5000억 원, 기아가 1조2000억 원으로 총 2조7000억 원 대의 대미 관세 부담을 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2분기에만 관세로 인해 이익이 8282억 원 줄었고, 기아도 7800억 원 이상 감소한 바 있다.

    반면 현재 적용된 25% 관세가 15%로 조정되면 현대차·기아는 연간 약 4조 원의 영업이익 증대가 예상된다고 추산된다.

    SK증권에 따르면 25% 관세 적용 시 현대차와 기아가 내년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은 각각 5조6000억 원, 4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5% 인하 시 해당 비용은 각각 3조4000억 원, 2조5000억 원으로 합산 3조9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이번 APEC 기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이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9~30일 APEC 경주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다.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다. 미국 측 통상 수장들도 동행하는 만큼 실무 협상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마무리가 APEC 정상회의 이후로 늦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 지난 24일 협상에 관해 "타결에 매우 가깝다"라고 언급하면서 기대감이 여전하지만,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세부 논의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북미 시장의 가격 경쟁력도 좌우될 수 있다"라며 "관세가 인하되지 않고 유지되면 미국 내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