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승인 절차 개편 … 비교임상 폐지로 비용·기간 대폭 절감상호교환성 인증 간소화 … 스위칭시험 비권장바이오시밀러 76개 승인에도 시장점유율 20% 미만
  • ▲ 미국 식품의약국. ⓒ연합뉴스
    ▲ 미국 식품의약국.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승인 절차를 대폭 단축한다. 비교 임상시험 요건을 폐지하고 '상호교환성' 인정 절차를 완화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촉진할 방침이다.

    FDA는 29일(현지시간) 바이오시밀러 유사성 평가 연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임상시험을 줄이는 방향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존에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유사성을 입증하기 위해 필수로 진행하던 비교 임상시험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FDA는 실험실 수준의 분석시험만으로도 제품 간 동등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평균 1~3년, 비용 약 2400만달러(약 330억 원)가 소요되던 비교 임상시험을 폐지함으로써 개발 기간과 비용 모두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있다. 

    FDA는 또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상호교환성 인증 절차 역시 간소화했다. 현재 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의 상호교환 허가를 받기 위해 스위칭 시험을 추가로 수행해왔다.

    이는 환자를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바이오시밀러로 바꿔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과정으로 개발 지연과 환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FDA는 이번 지침에서 "스위칭 시험은 더 이상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바이오시밀러 개혁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지침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킨 것"이라며 "복잡한 승인 절차 때문에 환자들이 저렴한 대체약에 접근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가속화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며, 환자의 선택지를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FDA 국장인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박사도 "바이오시밀러는 암,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등 고가 치료제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며 "절차 단순화와 상호대체성 확대를 통해 의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DA가 이번에 발표한 지침은 2010년 제정된 '생물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BPCIA)' 이후 가장 대대적인 제도 개편으로 평가된다.

    해당 법은 고가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까다로운 승인 절차 탓에 바이오시밀러의 실제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지 못했다.

    FDA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은 전체 처방의 5%에 불과하지만 의약품 지출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승인된 76개 바이오시밀러 중 상당수는 허가 이후에도 시장 진입이 지연되거나 판매가 제한되는 등 구조적인 제약이 있었다.

    업계는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간은 기존 4~6년에서 최대 3년 이상 단축, 개발 비용은 30% 이상 절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제약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불필요한 임상 부담이 줄고,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보험업계 역시 "시장 경쟁 확대가 약가 인하와 보험료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반면 오리지널 제약사와 로비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는 "임상시험 축소가 환자 안전성 검증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FDA는 내년 상반기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2026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승인 건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조치가 본격 시행될 경우 고가 바이오의약품이 장악한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가격 경쟁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