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수원 오염 차단 위해 축구장 100개 규모 부지 매입제3취수원 개발 완료 후 품질 검증 중자동화 공정 통해 오염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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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굽은 길을 지나 만난 제3취수원ⓒ조현우 기자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빛조차 쉽게 스며들지 못하는 숲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동안 울창하게 얽힌 나뭇가지들이 연신 차량 외부를 긁어댔다.철문과 경계 펜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판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나타났다. 한라산 중턱 깊숙한 곳, 외부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한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이다.지난달 30일, 지난해 완공된 제주개발공사의 새로운 수원지인 제3취수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하 430m 깊이에서 청정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곳이다.현장에서 만난 신문주 먹는물연구소 박사는 “이번 취수원에는 국내 최초로 이중 케이싱 공법을 적용했다”며 “외부 오염이 관정 내부로 스며드는 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이는 관정 벽을 두 겹의 보호관으로 감싸 오염물이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제주개발공사는 3취수원에 해당 기술을 처음 도입했다.먹는샘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취수원의 오염 차단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이를 위해 취수원 상류에 약 72만㎡, 축구장 100개 규모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했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 전체는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됐으며, 공사는 더 나아가 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오염 원인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
- ▲ 이곳에는 수위와 수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감시정도 함께 설치돼있다.ⓒ조현우 기자
이곳에는 물을 끌어올리는 취수정 4기와 감시정 8기가 설치돼 있다. 각 취수정은 40m 이상 간격을 두고 배치돼 지하수위 간섭을 최소화하며, 감시정은 24시간 수위와 수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수자원 통합정보시스템(i-SGMS)’으로 수집돼, 강수량·지하수위·수질 변화 등을 예측하고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대응한다.제3취수원은 2018년 인허가를 시작으로 6년 넘는 공사 끝에 지난해 9월 완공됐다. 현재는 하루 100톤가량의 시범취수만 진행 중이다. 상업 생산까지는 최소 2년의 품질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삼다수가 국내 유일하게 소비기한 2년 인증을 받은 이유도 이 같은 장기 검증 과정 덕분이다.공사가 제3취수원을 개발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노후화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1, 2취수원의 경우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된 만큼, 배관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다. 3취수원에서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지면, 세 곳 중 한 곳의 배관을 교체하는 등 노후화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
- ▲ 제1, 2취수원의 물은 송수관을 따라 삼다수 공장으로 이동한다.ⓒ조현우 기자
현재 제주개발공사는 제주도로부터 연간 165만톤의 취수 허가를 받았다. 이 중 약 100만톤을 생산에 사용하고, 또 그 중에 1만톤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신 박사는 “현재까지 1, 2취수원을 이용하고 있지만 제주삼다수 생산에 나선 27년간 단 한 번도 수위가 떨어진 적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3취수원을 개발한 것은 더욱 안정적으로 순환 생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지하수는 지하 송수관을 따라 직선 거리 약 900m, 실제 길이 1.3㎞ 관로를 거쳐 공장으로 이동한다.지하수를 따라 다시 취수원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공장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부터 건물 3층 높이의 거대한 저장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총 5개의 원수탱크에는 해발 200~600m 고도에서 내린 빗물이 화산송이와 현무암층을 통과하며 자연 여과된 지하수가 담긴다.이날 둘러본 생산라인은 스마트공장의 L5 라인이다. 유리벽 너머로 이어진 병입 라인에서는 초당 21병, 분당 약 1270병의 500㎖ 삼다수가 생산되고 있었다. -
- ▲ 총 3개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화학적 요소는 개입하지 않는다.ⓒ조현우 기자
컨베이어 벨트 위로 줄지어 이동하는 투명한 병들은 자동화 설비를 거치며 충전·밀봉·라벨링 과정을 순식간에 마쳤다.공장 과정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물류 이동조차 무인 지게차가 맡고 있었다. 세척 과정에서도 공업용수가 아닌 삼다수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공장 설명을 담당한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지하수 연령은 여러 연구 결과 끝에 31년이라고 확인됐다”면서 “자세하게 말하자면 한라산에 내린 빗물이 바닥으로 스며들어 420m 아래까지 스며드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 과정에서 지층과 화산송이 등을 거치며 노폐물을 자연적으로 걸러진다”고 덧붙였다.원수탱크에 저장됐던 물들은 총 3개의 탱크를 거치며 3단계의 정수 처리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 탱크에서는 5μm(마이크로미터), 두 번째 탱크에서는 1μm 필터를 거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0.5μm를 거치며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작은 먼지나 모래, 자갈 등을 걸러낸다. 필터를 통과한 물은 자외선 살균을 통해 미생물을 제거한다. -
- ▲ 오는 2027년에는 L6 친환경 전용 라인이 완공될 예정이다.ⓒ조현우 기자
삼다수 공장은 2018년 완공된 스마트팩토리 L5 라인을 시작으로 완전 자동화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전체 생산량의 약 60%를 라벨 제품, 40%를 무라벨 제품으로 운영 중이며, 내년부터는 전 제품 무라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 2027년 완공 예정인 L6 친환경 전용 라인에서는 무라벨과 경량 용기를 전담해 생산량을 현재보다 약 1.5배 늘릴 계획이다.삼다수가 취수하는 양은 제주의 연간 지하수 함양량의 약 0.09%에 불과하다. 제주도의 화산층 구조 덕분에 내린 비의 약 45%가 지하수로 스며들며, 이는 육지의 네 배 수준의 저장률이다.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삼다수는 취수원에서 소비자 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한다”면서 “청정 제주의 물을 있는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 ▲ 스마트라인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조현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