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5 가격 급등세 수익성 껑충 … 판도 변화 조짐HBM과 생산라인 갈려 … 메모리 전략 조정 불가피양산능력 한계 속 수익·성장 '균형의 묘'가 관건
  • ▲ 삼성전자 HBM 제품 전시 모습 ⓒ뉴데일리DB
    ▲ 삼성전자 HBM 제품 전시 모습 ⓒ뉴데일리DB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자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이어 DDR5 등 범용 메모리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익성 역전 현상이 예고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들은 한정된 생산능력으로 내년 어떤 제품에 더 가중치를 둘 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수익성이 높은 HBM에 이어 범용 메모리까지 AI(인공지능) 수요 폭증으로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내년에는 범용 제품이 HBM 수익성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DDR5 등 범용 메모리 수익성이 내년부터는 HBM3E를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하며 "DDR5 가격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내년에는 두 제품 간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DDR5 수익성은 내년 1분기부터 HBM3E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최근 몇 년 동안 HBM은 기존 메모리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프리미엄 받으며 제조사들의 수익성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분기 기준 HBM은 범용 D램보다 평균 3~4배가량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기록하던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AI 칩 제조사들이 차세대 AI 서버에 탑재할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쏟아내면서 HBM은 '선주문-후공급'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다 HBM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았던 DDR5 등 범용 메모리도 최근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IT 수요 회복과 서버 교체 수요, AI 인프라 확산에 따라 DDR5는 올 4분기에도 15~20% 추가 인상이 점쳐진다.

    문제는 두 제품 모두 수익성과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제조사 입장에선 한정된 생산 라인을 어디에 우선 배정하느냐는 고민이 깊어진다는 점이다. DDR5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지만 물량이 많고 시장이 넓은 반면 HBM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생산 수율이 낮고 제조 공정도 복잡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양산 전략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HBM vs 범용 메모리' 사이 균형점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수익성과 시장 수요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중요도가 높아졌지만 두 제품군 모두 생산능력을 파격적으로 늘리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런 까닭에 어떤 제품에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에 나설지 전략을 잘 짜는게 이들의 내년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업계 최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경쟁사 대비 출하량을 늘리는데 유리한 상황이지만 HBM에 보다 집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수의 고객사에 HBM3E 공급이 진행 중이고 내년부턴 HBM4 양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능력 중 상당부분이 HBM에 할애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HBM4용 1c 기반 생산라인 확장에 나설 것임을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명확히 밝혀 주목된다.

    범용 메모리도 경쟁사 대비 생산능력을 확장할 여력이 크지만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DDR5도 128GB 이상 제품으로 설비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HBM3E 제품에서 이미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HBM4도 수요가 몰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HBM 양산에 힘을 더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 대비 더 빠르게 HBM4 개발 및 고객사 샘플 제공을 마친만큼 양산도 이르면 연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신속한 양산체제로 수요 대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설비 반입이 시작된 청주 M15X 신설 라인도 SK하이닉스 생산능력 확장에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이 팹을 조기에 가동할 수 있게 셋업하는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전 제품군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1c 라인으로 전환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내년은 삼성과 SK가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에 나서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DDR5 등 범용 메모리의 단가 상승을 활용한 수익 확대가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HBM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 선점이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택일이 아닌 '균형의 묘'를 찾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