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 금융위원회에 승인 요청배재규 대표, '금투업계 CEO 간담회'서 발언배 대표 "가상화폐 상품 늦어지면 개미만 손해"
  • ▲ 배재규 대표ⓒ한투운용
    ▲ 배재규 대표ⓒ한투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비트코인 ETF와 같은 가상화폐 상품의 국내 출시를 허용해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배재규 한투운용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이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17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배 대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검증된 상품을 국내에서도 허용해줄 것을 이 금융위원장에 직접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배 대표는 이미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암호화폐 가상자산에 많이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국내 출시를 늦출 경우 진입 시기만 늦어져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직접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아도 나스닥에 상장된 비트코인 ETF에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블랙록이 출시한 현물 비트코인 ETF 'IBIT'가 대표적이다. 

    한투운용은 지난 6월부터 한국디지털자산수탁과 MOU를 체결하고 비트코인 ETF 출시를 추진하고 있으나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상태다. 

    ◇ 국내 ETF 도입 막는 4대 쟁점 … "법적 근거 모호"

    배 대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 등 암호화폐 가상자산이 국내에 출시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KB자산운용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상 ETF 도입을 가로막는 쟁점은 크게 4가지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초자산 인정 여부'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원자재, 신용위험 등으로 한정되는데 , 암호화폐는 이 중 어디에도 명확히 해당하지 않아 유권 해석이 불분명한 상태다.

    '수탁 인프라 부재' 역시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ETF는 운용사가 기초자산을 수탁은행에 보관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신탁업자가 가상자산을 수탁자산으로 취급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 외에도 ETF 기초자산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시장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거래소 시장 인정 여부' 와, ETF의 가격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LP) 및 헤지(Hedge) 수단이 될 파생상품 시장이 전무하다는 '유동성 공급 가능성 여부' 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국회,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 제도권 편입 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 '디지털자산 TF'를 출범시켰으며, 이번 정기 국회 내에 관련 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디지털 자산의 법적 정의와 분류 체계, 투자자 보호 등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어 있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정의하는 첫 단계로 평가받는다.

    또한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에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된 상태다. 이 개정안은 신탁재산의 범위에도 가상자산을 추가해 수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 "미국은 401k도 허용" … 제도권 안착 속도

    우리와 달리 미국 시장은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의 거래를 승인했으며, 올해 10월 기준 총 운용자산(AUM)은 약 1500억 달러(약 2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기존의 지수 추종 ETF인 QQQ나 금 현물 ETF(GLD)보다도 빠르게 100억 달러를 돌파한 기록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알트코인 ETF들도 출시되어 활발히 거래 중이다.

    특히 2025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퇴직연금 '401k'에서 암호화폐 투자를 제한하던 규정을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올해 7월에는 '크립토 위크(Crypto Week)'를 지정해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GENIUS Act)과 SEC-CFTC 간 규제 명확성 법안(CLARITY Act) 등을 통과시키며  적극적인 법제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