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前 사장 사임 후 4개월째 공백ADEX 2025에 차재병 대행 참석주요 수주전에서도 연달아 고배국방부 장관 "KAI, 제 몫 못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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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재가 겹치면서 KAI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 ⓒKAI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최근 연이은 악재들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구영 전(前) 사장 사임 이후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정치권 외풍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3일 업계에 따르면 KAI의 리더십 공백은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앞서 강 전 사장은 지난 7월 1일 사임했으며, 이후 차재병 부사장이 대행을 맡고 있다.국내 최대 규모 항공우주 방산전시회인 ADEX 2025에서도 경쟁사 CEO들이 현장을 방문해 수출 세일즈에 나선 반면, KAI는 차 부사장이 대행 자격으로 참석했다. 신뢰도, 사업 지속 여부 등 여러 부분에서 최고책임자와 대행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KAI 노동조합도 입장문을 통해 “ADEX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 전세계 30여개국 정부 대표단과 주요 방산기업 CEO들이 수출 계약과 전략 협력을 논의하는 국제 무대”라면서 “KAI는 국제 무대에서 ‘최고 책임자 없는 회사’로 비쳐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경쟁사들은 CEO가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다”면서 “대행 체제는 본질적으로 최종 책임과 결정을 보장하지 못해 한계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KAI가 최근 수주전에서 연달아 탈락한 점도 리더십 공백이 해소돼야 하는 이유로 거론된다.KAI는 약 1조원에 달하는 ‘UH-60’ 성능개량 사업과 1조8000억원 규모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에서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에 밀렸다.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서도 대한항공-L3Harris 컨소시엄에 내줬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으며, 올해 대한항공에만 수주전에서 3연패를 하면서 “KAI를 민영화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KAI는 민간 기업이지만 최대주주는 수출입은행(26.41%)이며, 국민연금도 8.5%의 지분을 갖고 있어 외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다. -
- ▲ KAI는 올해 수주전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DB
지난달 13일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K-방산이 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KAI가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매우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게다가 박선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AI를 겨냥해 ▲증거 인멸 ▲강 전 사장에 대한 비정상적인 자문료 지급 ▲말레이시아 마약 밀반입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치면서 KAI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앞서 박 의원은 올해 초 강 전 사장의 배임 등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에 강 전 사장이 거취에 압박을 받아 임기를 3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조기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KAI 측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30일 ‘박선원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습니다’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KAI는 “FA-50 말레이시아 수출 사업은 2017년부터 장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라면서 “말레이시아 정부의 엄격한 획득 절차와 규정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으며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의 밀반입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또한 “강 전 사장의 자문역 선임 및 보수 지급은 당사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서 “모든 퇴임 임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자문역에 대한 처우는 동종업계 하위 수준”이라고 해명했다.일각에서는 강 전 사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국방 자문을 맡는 등 전 정권 인사이기 때문에 박 의원 등 여당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KAI의 수장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AI 사장 인선은 관행적으로 방위사업청과 수출입은행장 인선 후에 이뤄지는데, 수출입은행도 현재 행장 공석 상태여서다.업계 관계자는 “KAI 차기 사장을 두고 실체가 없는 뜬 소문만 돌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연내 선임도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