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확산에 메모리 수요 급증SK하이닉스, M15X 조기 가동·증설 앞당겨삼성전자, DS부문 선단공정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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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역대급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견인하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진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반도체업계 쩐의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5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황기였던 2018년 이상의 설비투자(케펙스·CAPEX)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메모리 업계의 케펙스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 “당사의 내년 케펙스도 올해에 비해 상당한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도 이달 초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예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접수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를 감안해도 삼성전자 생산 물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투자 기조 하에 메모리 반도체 투자는 올해보다 상당 수준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AI 시장의 성장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규모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다양한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7달러를 기록했다. DDR4 가격이 7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약 6년 10개월 만으로,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에도 이런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앞서 지난 2018년 반도체업계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과 PC 교체 수요, 초기 클라우드 투자 시작 등이 맞물리며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직전 해인 2017년 설비투자(CAPEX)를 약 43조 4000억원까지 늘렸고, SK하이닉스도 17조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기준 양사 모두 역대 최대 규모였다.다만 2023년 불황에 진입하며 최근 몇 년간 투자 규모는 주춤하는 분위기였다. 회사별 최근 3년간(2023년~현재) 설비투자비용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 8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원,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1조3000억원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DS 부문 설비투자 금액은 48조원, 46조원, 28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시장에서는 양사는 내년의 설비투자 금액이 역대 최대를 경신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요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증가로 HBM 시장을 중심으로 몇 년간 고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게다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합류와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대규모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협의한 상황이다.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올해 구글, 아마존, 메타 등 8대 AI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CSP)들의 내년도 설비투자가 5200억달러(한화 약 741조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올해 8개사의 전망치 4200억달러(약 598조5000억원) 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다.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2년 간의 공사 끝에 청주 M15X의 첫 클린룸을 개방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이는 당초 연말로 예정됐던 일정보다 약 두 달 앞당겨 진행한 것이다. 회사는 증설 일정도 최대한 앞당길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생산 설비의 선단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용인 1기 팹의 건설과 미국 인디애나주 HBM용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공장 건설 준비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삼성전자 또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DS부문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D램의 경우 AI향 수요 증가를 고려해 10나노급 5세대(1b), 10나노급 6세대(1c) 등 선단 공정에 설비 투자를 집행한다. 낸드플래시는 수요가 이제야 살아나고 있는 만큼 선단 공정 전환을 서서히 늘릴 계획이다.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완전히 새로운 수요 구조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생산라인을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지만, 글로벌 AI 기업들의 투자 속도를 따라가기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고객사들이 메모리를 ‘미리 사두려 해도 물량이 없어 못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급이 빠듯하다”며 “양사의 내년 투자 확대는 단순한 설비 확충이 아니라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