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블랙웰' 5만 장 확보 … AI 팩토리 구축 박차트럼프 "엔비디아 칩 안주겠다" … 업계 진의 파악 분주자율주행 기술 경쟁 핵심 … 최신 칩 확보 사활 걸어야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 단상에 올랐다. ⓒ정상윤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 단상에 올랐다. ⓒ정상윤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확보하면서 미래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 분야 선도를 위한 중요한 초석을 다졌다.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 AI 관련 다양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PU를 다른 나라에 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진의 파악에 분주한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을 겨냥한 만큼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게 보는 분위기다. 다만 우리 정부와 기업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최신 칩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한국에 GPU 26만 장을 공급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당일 현지 CBS '60분' 인터뷰를 통해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전 녹화된 해당 인터뷰는 2일(현지 시각) 방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언 이후에도 전용기 기내에서 엔비디아의 칩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 앞서 있다"라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국가)에게 그것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으로 현재까지 나온 엔비디아의 칩 중 가장 고성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온 가운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전일 "블랙웰이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1~2년 내 중국에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1~2년 뒤 블랙웰 칩이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의) 제품 라인업 내에서 두세 단계 아래로 내려가는 시점이 되면 해당 칩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향후 한국 정부와 기업에 GPU를 총 26만 장 공급, 한국 내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협력 파트너로 나선다고 밝혔다. 정부 5만 장, 삼성 5만 장, SK 5만 장, 현대차그룹 5만 장, 네이버클라우드 6만 장 등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에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소재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하고,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따로 만났다.

    26만 장 중 현대차그룹이 받는 '블랙웰(GB200)' GPU는 5만 장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에 필요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피지컬 AI는 가상 환경뿐만 아니라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 등 실제 환경에서 인공지능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AI 기술이다.

    해당 경쟁을 위해선 고성능 AI 연산이 필수로, 구동을 위해선 GPU가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복잡한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CPU(중앙처리장치)가 중요했지만, AI 연산을 위해선 단순 연산을 수천 개의 코어로 동시에 대량 처리하는 GPU가 핵심이다.

    다만 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전 세계의 국가와 기업들은 엔비디아 GPU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업으로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에 필요한 슈퍼컴퓨팅 역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수십 개의 센서와 카메라, 초정밀 지도 등이 실시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GPU 같은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GPU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스마트공장을 통합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AI 팩토리는 엔비디아가 내세운 개념으로,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와 달리 '지능형 제조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약 30억 달러(약 4조3000억 원)를 투자해 엔비디아 AI 기술센터, 현대차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등 3대 거점을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 등의 발언으로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됐다. 한국에 대한 칩 공급이 늦어질 수 있을뿐더러, 공급 시점이 많이 늦어지면 엔비디아가 제공하기로 약속한 블랙웰이 '저사양 칩'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언 맥락을 보면 중국을 염두에 둔 즉흥적 발언이지 않을까 싶다"라면서도 "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기업은 최신식 칩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