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정 목표 53~61%, 기술 검증은 '48% 안'만 완료李정부 출범 후 '48% 안' "산업계 요구"로 낙인찍히고 폐기2035 NDC 발표자료, 목표만 제시하고 비용 추계도 없어 우려 쏟아지자 … 기후장관 "지구행성의 주인" 엉뚱 답변
  •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 등과 관련 정책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0. ⓒ뉴시스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 등과 관련 정책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0. ⓒ뉴시스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확정했지만, 정작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감축 방안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실패 가능성이 커진 문재인 정부의 '2030 NDC'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가 2035 NDC 후보안으로 검토한 ▲48% ▲53% ▲61% ▲65% 감축안 중 실제 이행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은 '48% 안'뿐이었다. 나머지 세 가지 안은 기술적 점검이나 검증 없이 단순히 숫자만 제시된 상태였다.

    앞서 기후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작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을 운영하며 현 기술 여건과 산업계 영향 등을 고려한 NDC 후보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안으로 제시된 것이 ‘48% 감축안’이었다. 이는 2035년 실제 달성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감축 한계였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산출된 48% 안은 ‘산업계 요구안’으로 치부됐고, 검증되지 않은 53~65% 감축안이 후보군으로 등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애초에 48% 감축안조차 달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작업반은 2035년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7억8730만t으로 전망했다. 산업 부문만 놓고 보면 3억7130만t으로, 2018년(총 7억4230만t·산업계 2억9940만t)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토대로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수소차 보급 등 즉시 가능한 정책 감축량과 산업·건물·폐기물 분야의 신기술 상용화에 따른 잠재 감축량을 합산해 48% 감축 목표를 도출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5년 순배출량은 4억3100만t으로, 2018년 대비 41.9% 감축된다. 여기에 국제 감축, 흡수원 확충, CCUS(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 등을 추가해 48% 감축률이 계산됐다. 즉, 우리가 직접 달성할 수 있는 실질 감축은 약 42% 수준이고, 나머지 6%는 국제 협력과 미래 기술 발전이라는 불확실한 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30 NDC’는 법정 목표(35%)보다 높은 40% 감축을 제시하면서 산업계의 감축방안으로 ‘바이오 나프타’를 통한 1180만t 감축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 면적의 87배에 달하는 콩밭이 필요해 실현 불가능한 수치였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는 해당 대체 수단으로 확보 가능한 감축량이 50만t에 불과하다고 인정했다.

    벌써부터 이재명 정부가 53~61% 감축목표를 달성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처럼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불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산업계가 막대한 기회와 비용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정부가 공개한 2035년 NDC 발표 보도자료에는 전체 및 분야별(전력, 산업, 건물, 수송 등) 감축 목표치만 제시돼 있다. 예산과 비용추계 같은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실제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관련 기자회견에서 '2035 NDC 방안에 따른 비용 추계가 없다'는 질문에 "정부의 재정 소요와 관련해서는 기재부와 저희 기후부가 세부 내역을 갖고 아주 정밀하게 들여다봤다"면서도 "그런데 오늘 세부계획안에 대해서 수치를 직접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중국과 미국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데 우리나라만 무리해서 산업을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누군가가 도둑을 대신 잡아달라고 할 수 없다"면서 "누구나 다 이 지구 행성의 주인으로서 자기가 책임지는 만큼의 역할은 담당해야한다"고 했다.

    김소희 의원은 "한국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많은 국가들조차 산업 경쟁력을 감안해 2035년 NDC 제출을 미루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목표를 무리하게 적용하면 산업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와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