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가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와 총 25억6200만달러(약 3조7487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사노피(1.2조원), 2025년 4월 GSK(4.1조원)에 이은 세번째 대형 계약이다.
계약을 맺은 3곳 모두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에 투자했다. 그랩바디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기 어려운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IGF1R)를 통해 약물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한다.
릴리는 그랩바디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모달리티(치료접근법) 기반 복수의 치료제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신경질환뿐 아니라 RNA·근육질환 등의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 플랫폼 기술수출이 갖는 강점이 여기에 있다. 하나의 플랫폼을 다양한 분야 신약개발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수출과 달리 여러 기업과의 협업이 가능하고 적용분야의 확장성이 열려있다.
증권가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쌓은 기술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10조원대 바이오텍으로 도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와 플랫폼 기술 빅딜의 포문을 연 것은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플랫폼에 대해 2020년 MSD와 4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국내 바이오 플랫폼 기술수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MSD는 이 기술을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항암제 '키트루다'에 적용했다. 키트루다의 SC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가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알테오젠은 약 350억원의 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했다.
키트루다 큐렉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알테오젠은 연간 1조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거둬들이게 된다.
이는 기존에 불안정한 단계별 기술료 수령으로 실적이 들쭉날쭉했던 한계를 넘어 안정적 수익 확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K-바이오 기술력을 적용한 글로벌 신약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란 점에서도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