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문항 없었지만 '불수능' … 국·영·수 모두 고난도재학생 9.1% 증가·의대 정원 축소·수능 난도 상승"경쟁은 더 치열" … 상위권 입시 '초접전' 예고
  • ▲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답안지에 수험번호를 적고 있는 모습. ⓒ뉴시스
    ▲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답안지에 수험번호를 적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전년도보다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어 영역은 2024학년도 '불수능'에 버금가는 난이도로, 상위권 변별력을 가르는 핵심 과목으로 부상했다. 수학과 영어 역시 고난도 문항이 다수 출제되며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를 끌어올렸다.

    종로학원이 추산한 국어 '언어와 매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2024학년도 150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통상 140점을 넘기면 '어려운 시험'으로 평가되는데, 이번 수능은 그 기준을 훌쩍 넘겼다. '화법과 작문' 역시 143점으로, 전년도(136점)보다 7점 상승했다. 

    수학 영역도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아졌다. 미적분은 140점에서 141점, 기하는 139점에서 140점, 확률과 통계는 135점에서 139점으로 각각 최고점이 상승했다.

    영어는 절대평가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1등급 비율이 3.8%로 예상돼, 전년도(6.2%)는 물론 2024학년도(4.7%)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영어 영역이 상당히 까다롭게 출제됐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EBS가 수험생 4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4.6%가 "매우 어려웠다"고 응답해, 전년도(19.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출제위원회는 "사교육에 유리한 킬러 문항은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난도 문항이 곳곳에 배치돼 체감 난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국어 영역에서는 독서 12번 문항이 대표적인 고난도로 꼽힌다. 물리학 개념인 열팽창, 곡률 반지름 등을 활용해 보기의 상황을 해석해야 하는 문제로, 과학적 배경지식이 있는 수험생에게 유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수학에서는 공통 과목 22번(수학Ⅰ)과 21번(수학Ⅱ),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이 고난도로 지목됐다. 특히 함수의 극한에 대한 성질을 이해하고 주어진 조건을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을 보는 21번 문항이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를 높였다.

    영어 영역은 복잡한 지문보다는 오답 매력도를 높인 선택지들이 등장해 정확한 독해력을 요구했다. 32·34번(빈칸 추론), 37번(글의 순서), 39번(주어진 문장의 위치) 등이 고난도 문항으로 지목됐다. EBS 영어 강사는 "정답처럼 보이는 오답이 많아 중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가르는 문항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이공계 수험생들이 사회탐구 과목으로 몰리는 '사탐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사회탐구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수험생은 전체의 77.3%로, 전년도(62.1%)보다 15.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과학탐구만 선택한 수험생은 22.7%로 줄어들었다. 이는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 수험생에게 요구하던 과학탐구 응시 조건을 폐지한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로 수험생들이 몰린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입시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대학의 경우, 탐구 영역에서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면 합격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사회탐구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늘어나면 수시 최저를 충족하는 인원이 많아지고, 결국 내신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수능은 2007년생 '황금돼지띠'의 고3 진학으로 재학생 응시자가 전년 대비 9.1% 증가한 55만4174명으로, 2019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의대 모집 인원은 전년도 4485명에서 올해 3016명으로 줄어들어,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17일까지 수능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고, 최종 정답은 25일 오후 5시에 발표할 예정이다. 수능 성적표는 12월 5일 수험생에게 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