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적자… 수익성 반등 실패, 강병관 대표 연임에 먹구름전략 전환에도 실적 개선 더딘 하나손보, 배성완 대표도 ‘시험대’디지털 손보사 구조적 한계 노출… 시장 축소 속 대면 영업 회귀
  • ▲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왼쪽),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각 사
    ▲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왼쪽),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각 사
    보험업계에서 실적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일부 금융지주 계열 손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신한EZ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은 디지털 손보사 중심의 구조적 적자와 시장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경영 성과에 대한 압박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신한EZ손보, 적자 장기화로 연임 부담 커져

    가장 큰 시험대에 오른 인물은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다. 출범 3년 차를 맞는 강 대표의 신한EZ손보는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272억원으로 전년 동기(140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신한금융지주가 2021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지분 94.54%를 인수하고, 2022년 7월 ‘신한EZ손해보험’으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적자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창립 이후 △2022년 -150억원 △2023년 -78억원 △2024년 –174억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강 대표는 2022년 6월 신한EZ손보 수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 출신으로, 삼성금융네트워크 디지털 통합플랫폼 구축과 디지털 손보사 설립 추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이 있어 디지털 전환 적임자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출범 이후 뚜렷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지난해 말 임기 만료 당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강 대표는 추진 중인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았다. 올해가 사실상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핵심 시기로 꼽혔지만, 3분기 누적 적자가 다시 확대되면서 연임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 폭은 개선됐지만 … 여전히 누적손손실 1800억원 달해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역시 실적 부진으로 연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손보는 2020년 하나금융지주 편입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 순손실이 1746억원에 달한다. 2021년에만 170억원 수준의 흑자를 냈지만, 이는 사옥 매각이익 358억원이 반영된 일회성 효과였다.

    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나손보의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순손실은 278억원으로 전년 동기(259억원) 대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연도별 실적 역시 △2022년 –506억원 △2023년 –879억원 △2024년 -279억원 등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배 대표는 하나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목표로 외부에서 영입한 첫 CEO다. 삼성화재 장기보험부문 부사장 출신으로, 손해율 관리·장기보험 역량을 높이 평가받아 2022년 하나손보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존 사장들이 연임에 실패했던 흐름과 달리 배 대표는 예외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취임 이후 하나손보는 경영 전략을 대폭 조정했다. 출범 초기 내세웠던 디지털 종합 손보사 전략을 수정하고, 자동차보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장기보장성보험과 대면 영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손익 개선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이 지속되면서 적자 폭도 일부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전체 실적 개선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디지털 손보사 급감 … 규제 완화 필요해"

    최근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높은 규제 문턱과 사업 모델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사실상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두 곳만 남는 형태가 됐다.

    일부 보험사가 적자 폭을 축소하며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디지털 손보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디지털 손보사가 주로 판매해온 단기·소액 ‘미니보험’은 가입 문턱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단가가 낮고 일회성 가입 비중도 높아 수익성이 제한적이다. 초기에는 소비자 인지도 제고에 유리했지만, 지속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지난 1년간 디지털 손보사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으로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10월 모회사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됐다. 캐롯은 2019년 출범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이자 업계 최대 규모였지만, 독립 운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은 전체 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TM(텔레마케팅) △우편 △컴퓨터통신(CM·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모집해야 ‘통신판매전문보험사(디지털보험사)’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 손보사 네 곳 모두 설계사 인력을 두지 않고 비대면 중심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나손보는 2020년 그룹 편입 이후 디지털 종합 손보사를 표방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2023년 1분기 80.8%였던 통신판매(CM·TM 합산) 비중은 올해 2분기 72.5%까지 떨어졌다.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출범시킨 신한EZ손보 역시 디지털 정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면 판매 중심의 일반 손해보험사에 가깝다. 상반기 기준 대면 모집 보험료는 41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통신판매 보험료는 같은 기간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디지털 손보사가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 환경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소규모 디지털 보험사는 대형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다 보니 장기적인 정착이 어려워 규제 차등 적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험연구원은 "디지털 보험회사는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판매 비용을 줄이는 사업모형인 만큼 국내 보험산업에 정착한다면 새로운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규모거나 위험 노출이 낮은 회사가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