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진용 완비한 삼성 … 이재용 등기 복귀론 재부상AI 패권 경쟁 격화 … 신속 의사결정·책임경영 절실사법 리스크 해소로 명분 확보 … "시점만 남았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DB
    삼성이 내년도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며 새 진용을 갖추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조직 안정과 책임경영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데다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총수의 공식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삼성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반도체, AI, 전장 등 미래 산업에서의 전략적 선택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국면에 들어선 만큼 이 회장의 복귀가 단순 지배구조 이슈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다시 불붙은 이재용 등기이사 복귀론 … 책임경영 기반 속도전 절실

    25일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례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에 대해 기존 견해를 유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놔 관심이 쏠렸다.

    이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그동안 밝힌 제 개인 의견에 변화가 있을 이유가 아직 없다"고 밝히며 직접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삼성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변함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되며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이후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주요 의사결정에는 관여하고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직접 부담하는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라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지적돼왔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복귀가 미뤄졌지만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명분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지정돼 이미 법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고, 공식 책임 범위를 이사회로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논리가 안팎에서 확산되는 이유다.

    삼성 내부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최근 AI, 메모리, 파운드리 등 핵심 사업부가 재정비된 가운데 기술 인재 중심의 인사가 강화되면서 중장기 전략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AI 서버용 HBM,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글로벌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명확한 책임경영 체제 구축 없이는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생산라인을 살피는 모습ⓒ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생산라인을 살피는 모습ⓒ삼성전자
    ◇ 글로벌 AI 패권 경쟁 격화 … 더 무거워진 삼성 역할론

    무엇보다 이 회장의 등기 복귀론을 자극하는 것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면전'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AI 반도체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며 수출 규제와 기술 견제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과 유럽은 대규모 보조금 체계를 구축해 AI와 반도체 산업 재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오픈AI를 축으로 한 AI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고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CXMT, SMIC,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GPU와 HBM을 두고 사실상 '선점 경쟁'에 나서면서 반도체업계에 전례 없는 공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맡아야 할 역할은 더욱 무거워졌다. HBM과 파운드리 경쟁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고 AI 반도체 신사업 역시 국가 기술 경쟁력과 직결된 영역으로 평가된다. 

    반도체와 AI가 특정 분기 실적을 넘어서 국가 전략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만큼 삼성의 의사결정 체계 역시 일관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AI 대전 초입에서 총수의 책임경영 체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오히려 글로벌 규제 환경과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찬희 위원장이 준감위 차원에서 경영계획이나 인사방향을 논의할 권한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삼성은 기술 중심 기업이며 기술 인재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언급해 내부 변화와 책임경영 체제 논의가 무관치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삼성의 조직 재편과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맞물리며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이미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앞으로의 핵심은 '그 시점이 언제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AI, 반도체 의사결정 속도가 곧 경쟁력인 상황에서 총수의 공식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는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