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매출 80조원 대 … 역대 두번째 높은 영업익AI 수요 실적 직결 … 메모리 전방위 회복 실적 견인비메모리 적자폭 축소 … 체질 개선 시그널 뚜렷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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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매출과 3년 만의 최고 영업이익을 동시에 기록하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반등 흐름을 확실히 굳혔다.

    이번 실적으로 삼성은 AI 수요가 실제 실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알린 동시에 AI 패러다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업임을 입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매출 첫 80조 넘겨 … '10조 회복' 넘어서 12조대 영업익 달성

    14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 1분기 기록한 기존 역대 최고치(79조 1400억 원)를 6조 9000억원 이상 뛰어넘으며 사상 처음으로 80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3년 전인 2022년 2분기(14조 1000억 원) 이후 5분기 만에 최대치다. 삼성전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3분기의 17조 5700억 원이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0조 회복'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실제 뚜껑을 연 결과는 단순 회복이 아니라 완전한 실적 초과 달성이었다. 실적 컨센서스였던 매출 84조 1000억 원, 영업이익 10조 1000억원을 여유 있게 상회하자, 시장은 즉각 '슈퍼사이클 진입'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 AI 수요, 실적으로 현실화 … "기존 슈퍼사이클과는 다르다"

    이 실적의 본질은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침체기를 통과한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한번 전사 실적의 중심으로 복귀했고, AI(인공지능) 중심의 수요 구조 변화가 가격 상승과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며 반도체 산업의 변곡점이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시장에서는 이미 3분기 중 D램 고정거래가격이 15~20% 가까이 상승했고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중심으로 서버 수요가 급격히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실제로 HBM 관련 매출은 2분기 1426억 원에서 3분기 약 283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낸드플래시 역시 고용량 SSD 중심의 수요가 늘며 반등 흐름을 탔다. 메모리 전반에서 실적 회복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핵심으로 꼽힌다.

    실적 반등이 단기적인 가격 반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번에 반도체 사업 호실적에는 단가 상승뿐 아니라 제품 믹스 개선과 출하량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까지 더해졌다. 특히 서버용 고용량 제품, HBM, AI 인프라 전용 솔루션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랠리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비메모리 사업도 적자폭 축소를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보였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2분기 각각 2조~3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지만 3분기 들어 출하 단가 조정과 수율 개선, 고객사 물량 회복에 따라 손실 폭이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삼성 내부에서 '2026년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설정된 상황인데, 중간 점검 격인 이번 분기부터 체질 개선의 조짐이 감지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세트 사업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MX(모바일) 부문은 하이엔드 폴더블 신모델 출시로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며 수익성 회복에 기여했고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애플 향 패널 공급 확대와 계절적 수요 증가에 힘입어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 ▲ 삼성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역대급 실적 랠리 '이제 시작' … 삼성 반도체 사업 회복에 '신뢰감'

    이 같은 복합적인 실적 회복은 단순히 계절적 요인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설명되기 어렵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AI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정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중국발 리스크, 미·중 기술 갈등, 공급과잉 우려 등 외부 변수도 여전히 실적의 하방 리스크로 거론되지만 이번 실적은 최소한 그동안 제기돼온 삼성 반도체 회복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구체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3분기 실적으로 삼성전자가 그간의 하강 국면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번 반도체 시황의 선봉에 섰음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이어질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실적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서 이번 분기와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면 '슈퍼사이클'이라는 단어가 더 확실히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