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구원투수' 전면 배치SK지오센트릭·LG화학, 대대적 체질 개선 드라이브롯데·한화는 '안정' 선택 … 사업재편 과제 집중
  • ▲ 여수석유화학단지. ⓒ뉴데일리DB
    ▲ 여수석유화학단지. ⓒ뉴데일리DB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내년도 임원인사를 통해 위기 돌파형 리더십을 전면에 배치했다. 연임에 성공한 사장뿐 아니라 새롭게 자리를 맡은 대표이사들은 내년에 본격화될 정부 주도 석유화학 구조조정까지 감안해야 하는 만큼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 업황 부진과 구조적 변화가 겹친 상황에서 '새판짜기'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5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지오센트릭 사장을 1년 만에 교체했다. 이 자리는 현재 SK에너지 사장인 김종화 대표이사가 겸직하며 정유·화학 사업을 아우르는 통합 지휘 체제를 갖추게 됐다. 2025년 임원인사에서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대표로 각각 김종화 사장과 최안섭 사장이 선임됐지만, 최안섭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용퇴하면서 김 사장 체제로 단일화됐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 사장은 정유와 화학을 모두 경험한 생산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통합 최적화 작업을 추진하고 양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울산 산업단지에서 에쓰오일, 대한유화와 함께 NCC(나프타분해설비) 통합을 포함한 사업재편안을 도출하지 못해 애를 먹어왔다. 3사는 뒤늦게 컨설팅을 의뢰해 최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구조적 변화라는 큰 파고를 넘기 위해 새로운 오퍼레이션 임프루브먼트(OI)를 추진해 실행력을 강화하고 정유·화학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구원투수로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1996년 LG화학에 입사해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첨단소재 전문가다. LG화학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미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김 사장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7년간 LG화학을 이끌었던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에 용퇴를 결정했다.

    취임과 동시에 김 사장은 여수 산단에서 LG화학과 GS칼텍스 간 수직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초유분 공장이 밀집한 여수 산단의 특성상 구조 개편이 쉽지 않아, 특단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반면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안정'을 택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은 롯데그룹의 대규모 인사 쇄신 흐름 속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대산 산업단지에서 HD현대케미칼과 추진 중인 NCC 통합 빅딜을 차질 없이 이끌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해온 만큼, 내년 국내에서는 체계적 구조조정에, 해외에서는 사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의 안정적 안착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남정운 한화솔루션 사장은 DL케미칼과의 합작사인 여천NCC 정상화와 함께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제품을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천NCC는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재편의 일환으로 1·2·3공장 가운데 3공장 셧다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이번 임원 인사는 사실상 ‘위기 대응 체제의 재구성’에 가깝다”며 “내년은 누가 먼저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수익성을 방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