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쇼크 벗고 이달 4조 매수…월말 상승 신호FOMC·AI 실적 발표 거치면 랠리 기대감 커질 수도코스닥도 정책·유동성 호재 선반영 흐름 가능성'AI버블론', 환율 불안 등 지뢰밭도 적지 않아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12월 증시가 '산타랠리' 기대 속에서 진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인 14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불안 심리를 자극했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4조원 이상 동반 매수에 나서면서 개인 물량을 받아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는 주요 이벤트를 통과하면 연말로 갈수록 상승 흐름이 재차 강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11월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 충격 속에서도 상승 기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지난달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14조4000억원 수준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이는 시장 불안을 자극할 만한 수치지만, 인공지능(AI) 버블 논란과 반도체 차익실현 성격이 강해 강세장 종료의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과거 외국인 대규모 매도가 발생했던 코로나 팬데믹(2020년), 금융위기(2007년·2008년), 상호관세 쇼크(2025년 4월) 등과 달리 현재는 금융 시스템 붕괴나 블랙스완급 충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구분 포인트로 제시된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도 비중 또한 -0.4%로 코로나 당시(-1.1%)에 크게 못 미친다. 오히려 반도체 중심의 이익 모멘텀이 견조하다는 점에서 단기 고평가 조정 정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환율 부담은 여전하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서 머물고 있지만, 달러 환산 코스피는 2021년 전고점 부근에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진입 구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개월 선행 PER이 10배를 하회하는 등 가격 저항력이 형성됐다는 점도 긍정 요소로 꼽힌다.

    이달 들어 수급 흐름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 시장에서 총 4조원 이상 매수하면서 지수를 4.42%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9417억원, 현대차 6204억원을 집중 매수했고, 기관은 삼성전자(5506억원), TIGER MSCI KOREA(4375억원), 현대차(3733억원), KODEX레버리지(3138억원) 등 상방에 베팅했다. 코스닥 역시 1.32% 상승했으나 외국인은 5485억원 규모 순매도로 대응해 주체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지난달 조정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덜어낸 과정이었다며 12월 중순까지 '탐색전'을 거친 후 월말로 갈수록 상승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FOMC(11일)와 브로드컴(12일), 오라클(16일), 마이크론(18일) 등 AI 밸류체인 실적 발표 과정에서 잡음이 유입될 수 있으나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키움증권은 12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3800~4300포인트로 제시했다.

    실적 개선 흐름도 뒷받침되고 있다. 업계에선 코스피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16조원으로 10월 대비 66조원(19%) 상향하고 있다. 상승분의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자본재·기계, 자동차, 에너지·유틸리티, 금융 등으로 개선 범위가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조정으로 이익 대비 주가 괴리가 줄어들며 급변동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은 정책 기대와 유동성 확대로 수급 개선이 예상된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150조원 국민성장펀드, 생산적 금융 기조 등이 코스닥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할 전망이다.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CES 등 글로벌 이벤트를 앞둔 선반영 수요도 기대 요인이다. 여기에 12월 FOMC 이후 미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면 코스닥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증시는 중순까지 주요 매크로 이벤트를 소화한 후 월말로 갈수록 상승추세를 되찾는 경로를 보일 것"이라며 "AI 버블 논란, 금리 부담, 원화 가치 불안 등 기존 악재는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새 리스크가 등장하지 않는 한 시장은 회복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