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용역 발주…1월 지구지정 목표공청회 이미 3차례 무산…4번째도 주민들 보이콧 예정1지구 집단행동 예고…"후속사업 나쁜 선례 남길수도"
  • ▲ 서리풀2지구 주민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송유동마을 대책위
    ▲ 서리풀2지구 주민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송유동마을 대책위
    '9·7주택공급방안' 핵심인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개발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서리풀2지구 지구지정을 위한 공청회가 세차례나 무산된 가운데, 정부는 해당지구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돌입하며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서리풀1지구에선 주민들이 일방적 지구지정 절차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시장에선 정부의 '불통 정책'이 개발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켜 되려 주택공급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란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나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개발사업이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예측·평가하는 절차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도시개발사업지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통상 개발계획 단계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해 사업의 전반적인 틀을 잡은 뒤 환경영향평가 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구체적인 개발방안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서리풀지구는 1지구와 2지구로 구분된다. 서초구 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에 걸쳐 있는 1지구는 200만㎡ 규모로 1만8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우면동에 위치한 2지구는 19만㎡에 2000가구가 조성된다.

    이중 서리풀2지구 경우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과 우면동성당 신자들의 거센 반발로 올해에만 지구지정을 위한 주민설명회 및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가 세차례나 무산됐다.

    우면동성당이 포함된 천주교 12지구 11개 성당 신자 9372명과 송동·식유촌 주민 147명 등 총 9519명은 서리풀2지구 강제 수용 반대청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인 네번째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도 보이콧할 계획이다.

    서리풀2지구 관계자는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개발계획 발표후 공식적인 주민의견 청취 없이 이행강제금 등 수용절차를 단축하려는 방안을 서리풀지구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다"며 "'보상이 아닌 보존' 원칙 아래 우면동성당과 송동·식유촌 마을을 존치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 서리풀지구 전경. ⓒ연합뉴스
    ▲ 서리풀지구 전경. ⓒ연합뉴스
    다만 현행법상 공청회가 주민 반대로 무산되더라도 지구지정에 영향은 없다. 정부는 당초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지구지정 일정을 1월로 앞당겨 주택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이어 후속절차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강행하는 것도 1월 지구지정을 위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지구와 달리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예정대로 진행됐던 1지구도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서리풀1지구 주민과 토지소유주 50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0년간 각종 규제에 묶여 침해받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근본적 보상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달중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에선 정부가 일방통행식 주택공급을 강행할 경우 후속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주변 그린벨트 해제, 도심내 유휴부지 개발 과정에서 불통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첫 사업지인 서리풀에서부터 정부의 불통이 부각되면 타지역 주민들의 반대여론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사업지의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주민의견 수렴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