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수익성 압박 불가피대형사 '관리 가능', 중소형사는 부담 가중정책 무게중심, 부동산에서 기업금융으로구조 전환에 성공한 곳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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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가 증권업계 지형을 흔들고 있다. 부동산금융에 쏠렸던 수익 구조는 제약을 받는 반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중심으로의 구조 전환은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PF 비중이 컸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지는 오히려 더 좁아지며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부동산 PF 건전성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사업장별 위험도를 반영한 위험값 차등화다. 그동안 채무보증 18%, 대출 100%로 일괄 적용되던 위험값을, 앞으로는 신규 취급분에 한해 LTV 60% 초과 여부와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분양률 등을 기준으로 12~90% 범위에서 세분화한다. 브릿지론과 본PF를 구분해 적용하며, 특히 브릿지론의 경우 시행사 에쿼티 출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위험값이 최대 90%까지 높아진다.

    이번 개편으로 부동산 PF 전반의 평균 위험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3% 내외에 머무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할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금융 수익성 자체가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충격의 강도는 회사별로 다르다. 대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가용 자본 여력이 충분해 위험 조정 수익성을 기준으로 딜을 선별하는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PF 비중이 낮고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 자본활용 비즈니스가 이미 자리 잡은 만큼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금융당국도 급격한 시장 위축을 피하기 위한 연착륙 장치를 병행한다. 공적 보증이 적용되거나 위험도가 낮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새 자본규제 역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단기 충격보다는 중장기 구조 개편에 방점을 둔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을 계기로 증권업계의 무게중심이 부동산금융에서 기업금융으로 더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금융은 연착륙을 도모하는 한편, 정책 기조에 맞춰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발행어음과 IMA를 활용한 IB 관련 운용 비즈니스의 수익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대형사를 중심으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안정적인 브로커리지 실적을 바탕으로 발행어음 상품을 운용하며, 2026년 이후 자본활용 IB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규제가 곧바로 성장 제약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계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부동산 PF 비중이 컸던 회사일수록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과거에는 규제가 느슨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운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동일한 사업도 훨씬 낮은 규모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해외주식 수수료 이벤트 등을 정비하면서 고객 유치 수단마저 줄어들었다. 자기자본이 풍부한 대형사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사업자, IMA 인가 등을 통해 수익 극대화 통로가 열려 있지만, 중소형사는 이런 수단 자체가 없다. 규제 환경 변화가 자본력 격차를 그대로 드러내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자본 여력이 있어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지만, PF 비중 자체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반면 일부 중소형사는 PF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규제 강화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애로사항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종합투자사업자와 IMA 인가 확대 역시 “대형사에 유리한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PF 규제 강화는 증권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자본력에 따른 격차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부동산금융 축소 이후를 대비한 전략 마련 여부가 향후 증권사들의 명암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