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양국 교역액 감소 추세로 돌아서3년 연속 대중 무역 적자 … 미중 무역 주요 원인'한한령 완화' 기대 … 서비스·투자 분야로 교역 확대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 소노캄 그랜드 볼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빈 만찬을 마친 뒤 시 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 소노캄 그랜드 볼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빈 만찬을 마친 뒤 시 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표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대중 무역수지가 3년 연속 적자길을 걷고 있다.

    한중 FTA는 지난 2015년 12월 20일 발효됐다. 체결 당시 인구 14억명에 달하는 큰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한중FTA는 실제로 매년 수백억 달러의 대중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한국 경제에 큰 기둥 역할을 했다.

    2022년 3103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양국 교역액은 2023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지난달까지를 기준으로 올해도 대중 교역액은 2426억 달러를 나타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한 수치다.

    대중 무역흑자 기조도 옛말이 되고 있다.

    2018년 556억달러라는 기록적인 흑자를 냈던 대중 무역수지는 2023년에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역시 3년 연속 100억달러 내외의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중국 산업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의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이라는 국가 전략하에 정부의 지원과 공격적 투자를 앞세워 첨단 부품과 중간재의 자급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거기에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더해지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며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던 과거의 구조가 깨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서비스와 투자 분야로 교역의 구조적 기반을 넓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FTA 2단계 분야 협상을 가속하기로 했다. 또한 희토류 등 공급망 핵심 품목의 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양국 간 소통도 지속하기로 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29∼30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통상 수장과 만난다.

    여 본부장은 지난 2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 FTA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중 FTA를 상품 위주 교역에서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 등 분야로 교역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내년 베이징에서 제7차 한중 FTA 공동위를 중국 측과 열어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협력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한중 FTA 2차 협상으로 서비스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이른바 '한한령' 완화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그다음 해에 한국 문화·관광 산업 등에 대한 금지령을 내린바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한한령 완화를 꾸준히 요청해 왔지만, 중국 정부는 한한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측의 달라진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최근 중국을 다녀왔는데, 중국 쪽에서 서비스 개방에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며 "일종의 자신감일 수도 있고 자국 서비스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이 한중 FTA 고도화의 결정적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 실장은 FTA 2단계 협상을 중국 의존도가 큰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고,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고질적인 애로사항인 지식재산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퇴장한 국제 무역 질서에서 중국이 새로운 리더를 자처하는 만큼, 이제는 우리 기업들에 지식재산권 보호와 제도적 투명성, 즉 예측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