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외환보유액 4281억 달러 … 7개월 만 감소4000억 달러 ‘심리적 마지노선’ 다시 시험대환율 방어·대미투자 부담 겹치며 외환 여력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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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외환보유액이 이례적으로 큰 폭 줄어들면서 한국의 외환 안전판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환율 급등 국면에서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이어지는 데다, 대규모 대미 투자 집행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외환보유액의 충분성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80억5000만 달러로 전월(4306억6000만 달러) 대비 26억 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만이다.특히 이번 감소 폭은 12월 기준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특히 외화 유입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12월에 이 정도 감소세가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외환보유액 확충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왔다. 1998년 485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2019년 4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8배 이상 늘었고, 한동안 이 수준은 '외환 안전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안팎에서 횡보하면서 방어 여력에 대한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실제로 IMF(국제통화기금)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지표(ARA)에서 한국은 2000년(114.3%) 이후 2019년(108.1%)년까지 20년 가까이 권고 수준 이상을 유지했지만, 2020년(98.9%) 이후에는 권고 기준 아래로 내려왔다.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는 큰 변동이 없지만, 경제 규모와 자본 이동 규모를 감안하면 상대적인 완충 여력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의미다.외환보유액 규모는 여전히 세계 9위 수준이지만, 일본(1조2000억 달러 이상)이나 대만(5700억 달러 수준) 등 주요 아시아 경제권과 비교하면 절대 규모에서 격차가 크다. 특히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대만보다도 외환보유액이 적다는 점을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방어 여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최근 논쟁을 다시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원·달러 환율 급등이다. 환율이 한때 1480원 선까지 치솟자 정부와 통화당국은 변동성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시장 대응에 나섰고, 그 직후 환율은 단기간에 1440원대까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실제로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여기에 매년 최대 200억 달러 규모로 약속된 대미 투자 자금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의 이자·배당 수익 범위 내에서 집행해 원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달러가 대미 투자 자금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이 원칙은 분명히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이 단순한 '비상시 방어 자산'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활용되는 재원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