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은행·생보·손보 외국계 대표 빈자리 텅텅외국계 금융사와 당국의 거리두기 … 이찬진 원장 취임 후 갈등의 연장선 해석외환·규제 현안 놓고 당국과 시각차 여전 … 소비자보호·규제 강화에 부담감 표출정책 신뢰 균열, 외국계 자본 이탈 우려도
  •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정·관계 및 금융계 주요 인사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정·관계 및 금융계 주요 인사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국내 금융정책 수장과 금융권 CEO(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집단 불참이 단순한 일정 문제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금융당국을 향한 외국계의 정책 불신이 반영된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는 정부 관계자와 금융사 대표, 금융 유관기관 등 관련 인사 600여 명이 자리했다. 행사장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금융권 수장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상당수 외국계 금융사 CEO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은행권에서는 SC제일은행의 이광희 행장이 불참했고, 생명보험업계에서는 AIA생명 네이슨 촹 대표, 라이나생명 조지은 사장,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오준석 대표, 메트라이프생명 송영록 사장, 처브라이프생명 알버트 김 대표, 푸본현대생명 이재원 대표가 모두 자리를 비웠다. 손해보험사 역시 악사(AXA)손해보험 한스 브랑켄 대표, 라이나손해보험 모재경 대표, AIG손해보험 램지 투바시 대표가 불참했다.

    외국계 금융사 CEO 집단 불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찬진 원장 취임 이후 이어진 외국계 금융사와 감독당국 간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다시 드러난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외국계 금융사들에게도 국내 금융사와 동일한 수준의 소비자보호 책임을 주문했다. 이후 간담회를 열었지만 외국계 금융사 대표들은 "소비자보호 이전에 외환시장 구조 개선, 외환거래시간 24시간 개방 등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며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외국계 금융사들은 글로벌 본사의 리스크 관리 기준과 국내 규제 간 충돌을 문제 삼으며 감독당국의 일방적 요구에 부담을 표했다. 금융권에서는 그 여진이 이번 불참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형식적인 행사 참석보다 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과 부담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불참을 이재명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소비자 보호와 감독 강화를 앞세운 정책 기조가 외국계 금융사에는 규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 기조가 외국계 금융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영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외국계 금융사와의 소통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들 금융사 역시 국내 금융 시스템의 일원인 만큼 책임과 역할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 간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외국계 금융사들이 제도적 책임은 회피한 채 시장 이익만 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시장 제도 개선, 글로벌 자금 운용의 유연성, 본사 승인 구조와 충돌하는 규제 이슈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정책 협의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당국과의 간극이 장기화되면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투자 전략과 사업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투자나 조직 확대 대신 보수적 영업 기조로 선회하거나, 한국을 아시아 전략 거점에서 후순위로 두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  

    한 금융정책 전문가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공식 행사에 집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은 감독당국과의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신호"라며 "외국계 금융사는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경쟁 약화와 금융산업의 국제화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