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산 원유 아시아 OSP 하락 전망국내 정유 업계 불황 속 반사이익 기대감시기상조 분석도 … 환율 불확실성도 여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흐름 변화가 글로벌 정유 시장에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약 60만 배럴(b/d) 중 약 63%가 중국을 향하고 있다. 이 물량들이 향후 미국으로 행선지를 변경하게 되면서 미국에서 입지가 좁아진 산유국들은 아시아로 발길을 향하게 되고 공식판매가격(OSP)은 대세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업사이클 진입이 기대된다.

    9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로부터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인도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수년간 통제하며 원유를 확보하고, 이를 위한 석유 인프라 재건을 18개월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2025년 10월 기준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약 630만 배럴(b/d)로, 캐나다(63%), 멕시코(7%), 사우디아라비아(4%)가 주요 공급국이며 베네수엘라는 9위(2%)를 차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중국향 수출 물량 약 40만 배럴이 미국으로 전환될 경우, 미국 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 비중은 현재 2%에서 9%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멕시코와 사우디는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일부 잃게 되고, 잉여 물량은 아시아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도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베네수엘라산 원유 생산이 확대되면 멕시코, 사우디, 브라질, 콜롬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미국 내 입지를 줄이고 아시아 수출을 늘릴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역시 아시아향 수출 확대의 정치적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흐름이 2015~2018년 미국 셰일 붐 당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중동 산유국들은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OSP를 인하했고, 국내 정유사들은 원가 절감 효과를 바탕으로 약 3년간 업사이클을 경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OSP의 구조적인 하락 사이클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재성 연구원은 “올해 중 OSP의 마이너스(-) 가격을 다시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며 “단기적인 유가 변동보다 구조적인 원가 절감과 정제마진 확대가 국내 정유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정유사들은 아직 기대감을 갖기에는 불확실성이 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8개월 내 인프라 재건을 언급했지만, 정유 업계 관계자는 “낮은 유가와 높은 인프라·물가 부담 속에서 미국 기업들이 실제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며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 확대 여부를 단정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대거 진출해 시추 및 생산 시설을 건설하며 투자를 확대했으나,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를 국유화하면서 시설을 몰수당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 같은 경험을 고려할 때 미국 정유사들은 이번에도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원유의 국내 수입 여부와 관련해선 국내 정유 업계는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한국까지 직접 유입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미국이 가격과 거리 측면에서 수혜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수출이 본격화되더라도 한국이 주로 원유를 들여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고 경제성이 확보될 경우에만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이라며 “중질유 등 성상의 문제보다는 가격과 안정적 공급 여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 확대에 따른 업사이클에 올라탈 경우 추가적인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합산 1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으나, 3분기 정제마진 상승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정제마진 개선 흐름이 지속되면서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