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출범 70년만 장중 꿈의 오천피 돌파외인 매도에 장후반 상승폭 축소, 4950선 마감'반도체·AI 쏠림' 뚜렷, 대형주가 증시 밀어올려수출서 반도체 비중 24.4% 역대 최고, '대만형 경제' 우려고환율·전통제조업 부진 등 곳곳 지뢰밭 "쏠림 심각, 지수와 펀더멘털 괴리 극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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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새역사를 썼다. 거래소 출범 70년만, 코스피 지수 산출 46년만에 우리 증시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장중 ‘오천피’ 돌파 후 4950선 마감 … 외국인 · 기관 매도 전환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77.13p(1.57%) 오른 4987.06에 개장한 뒤 오전 9시 14분 5002.02를 기록하며 장중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이후 한때 5019.54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확대되며 지수는 상승 폭을 반납했다. 코스피는 결국 전일 대비 42.60p(0.87%) 오른 4952.53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5000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이 156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982억원, 102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관세 철회 발언에 따른 미국 증시 상승 마감 영향이 이어지며 강세를 보였다.  

    이날 지수 상승의 중심에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대형주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01% 오른 15만2500원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15만7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SK하이닉스도 2.03% 상승한 7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삼성SDI는 18.67% 급등한 38만4500원, 포스코퓨처엠은 8.23% 오른 21만7000원, SK이노베이션은 6.05% 상승한 11만2200원에 마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반도체와 2차전지 중심 대형주 강세로 장중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며 “미국 반도체 신고가 경신 흐름이 국내에도 이어지며 반도체가 ‘오천피’ 달성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선·방산 등은 차익 실현으로 조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 빼면 상승률 한 자릿수”… 지수 착시 논란 재부각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스피 랠리는 반도체와 AI관련주가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코스피가 연초 이후 20% 가까이 상승하는 동안, 이들 두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의 상승률은 약 9%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종목별 등락을 보면 상승 종목은 427개, 하락 종목은 493개로 하락 종목 수가 66개 더 많았다. 지수 상승과 달리 시장 체감 온도는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작년 말 대비 대형주 지수는 약 20% 오른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약 8%, 1.6% 상승에 그쳤다.

    실적 전망도 엇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종은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약 483조원)의 40~50%를 차지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다수 업종의 실적 추정치는 하향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수출 · 경제도 반도체 의존 심화 … 대외 변수 민감도 확대

    수출 지표에서도 반도체 쏠림은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2.2% 증가한 영향이 컸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4.4%로, 직전 최고치였던 2018년(20.9%)을 넘어섰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감소해 ‘반도체 착시’ 논란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성장에 기반한 반도체 호황이 둔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중심 추격, 글로벌 수요 변동성 확대도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구조가 대만과 유사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만은 TSMC 등을 제외한 비IT부문의 성장이 정체됐으며 성장의 낙수효과가 제한되면서 임금 및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 환율 1400원대 후반 유지 … 수급 변동성 변수

    거시 변수도 부담 요인이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원 내린 1469.9원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1400원대 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환율은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를 자극해, 향후 수급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5000선을 넘었으나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지수와 펀더멘털간 괴리가 심각하다"며 "반도체 이외의 업종이 선전하고 환율이 안정되야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