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대응 위해 韓소재 수요 증가 전망"車 강판·고기능성 화학제품 경쟁력 충분"실효성 의문도 … 기존 공급망 수정 미지수
  • ▲ 인도-EU FTA 타결.ⓒ연합뉴스
    ▲ 인도-EU FTA 타결.ⓒ연합뉴스
    최근 인도와 유럽연합(EU)이 19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전격 타결하면서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 생산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높은 환경 규제 문턱을 넘기 위해 한국산 고부가 소재를 공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공급망 형성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물류비용과 직수출 효율성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수혜보다는 선별적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지난 27일(현지 시각) 타결된 이번 협정으로 27개 EU 회원국과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 간의 자유무역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양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약 25%에 달한다. 이번 협정에는 대규모 관세 인하와 더불어 투자 흐름 활성화, 공급망 연계 강화 방안 등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관세 장벽이 낮아지더라도 REACH(화학물질 규제)와 에코디자인 규정 등 EU의 비관세 장벽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REACH는 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 등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규제 시스템으로, 특히 고위험 우려물질(SVHC) 정보 제공 의무와 제한 물질 역내 반입 금지 조항은 인도 수출업계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관계자들은 인도 측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우려에도 이번 FTA 이후 해당 제도 변경과 유연한 대응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금력이 부족한 인도 영세 업체들은 인증 시스템 구축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 보고서는 EU의 디지털제품여권(DPP) 등 신규 환경 규제가 개발도상국 중소기업에 사실상의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EU의 환경 규제를 충족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인도가 대유럽 수출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고기능성 합성고무, 친환경 섬유 등 한국산 고부가 소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조립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대인도 수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192억 달러, 무역수지는 12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합성수지는 대인도 수출 3대 품목 중 하나로, 연간 15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실적을 올리는 핵심 수출원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EU 현지 소재는 인건비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철강은 인프라 및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수혜가 예상되며, 화학 분야 역시 범용 제품은 중국산에 밀릴 수 있으나 유럽 스펙을 충족하는 고기능성 제품군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이 이미 고부가 소재를 유럽에 직접 수출하고 있다는 점은 실효성 의문을 키우는 대목이다. 추가 물류비를 들여 인도를 경유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회의론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발 유럽행 수출품은 주로 저부가 제품 위주일 가능성이 커 고가의 한국산 소재 채택 여부는 미지수"라며 "기존 공급망을 수정할 만큼의 이점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인도-EU FTA 타결이 기초소재 수출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수출을 넘어 유럽 환경 규제 대응용 맞춤 소재 공급 등 차별화된 전략 수립 여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