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국내 가격 동결, 국제 가격에 따른 최대 7% 인상 미뤄 정부 눈총 속 설 연휴 앞두고 서민 연료비 부담을 고려 결정핵심 매출원 석유화학 업계 부진 등이 발목 잡아 이중고
  • ▲ 서울의 한 LPG충전소ⓒ연합뉴스
    ▲ 서울의 한 LPG충전소ⓒ연합뉴스
    북미와 유럽을 강타한 이례적 한파와 중동의 동절기 수요가 맞물리며 국제 LPG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한파 속에서도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 부담을 고려해 LPG 가격을 동결했다. 핵심 매출 기반인 석유화학 업황 부진까지 겹친 상황에서 정부 눈총 속 인상 결정을 미루는 국내 LPG 사업자인 SK가스와 E1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LPG 업계는 1월에 이어 2월 가스 공급 가격을 동결했다. E1은 2월 가정·상업용 프로판 가격을 ㎏당 1188.17원, 산업용 프로판은 ㎏당 1194.77원으로 유지했다. 부탄 가격도 ㎏당 1545.55원(ℓ당 902.60원)으로 동결했다. SK가스 역시 프로판 가격을 ㎏당 1187.73원, 부탄은 ㎏당 1544.55원(ℓ당 902.02원)으로 결정했다.

    국제 LPG 가격은 세계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가 매월 발표하는 계약가격(CP)이 기준이 된다. 해외에서 수입된 LPG는 통상 약 1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다.

    국제 가격은 현재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해 12월 국제 LPG 가격은 프로판 495달러, 부탄 485달러로 전월 대비 각각 20달러, 25달러 인상됐다. 올해 1월에는 프로판이 525달러, 부탄은 520달러로, 인상폭이 전월 대비 각각 30달러, 35달러로 확대됐다. 국제 가격 흐름을 감안할 경우 1~2월 국내 LPG 가격에 최대 7% 인상분이 반영되야 했다.

    그럼에도 국내 가격이 동결된 것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 설 연휴를 앞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LPG는 대표적인 서민 연료로, 국내 전체 가구의 약 18%인 418만 가구가 가정·상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동절기 서민 연료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되고 있지만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 가격 미반영분이 누적되면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동절기에 반영하지 못한 인상 요인을 하절기 국제 가격이 안정될 경우 분산 반영하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손실을 기업이 그대로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설 명절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면서도 “2월에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요 수요처이자 고객사인 석유화학 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철강·제지·요업 등 산업체의 LPG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SK가스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석유화학·산업체 대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6.5% 감소했고, 2분기에도 20.4% 줄었다. E1 역시 LPG 사업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성과 수요 둔화의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SK가스는 트레이딩을 비롯해 수소·발전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E1 역시 LPG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발전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평택에너지서비스(LNG 발전소), 여수그린에너지(LNG 발전소)를 인수했다.

    국제 LPG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3월 반영될 국제 LPG 가격도 전월 대비 20달러 인상됐다. 정부의 눈총 속 SK가스와 E1의 가격 전략 고민도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