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일렉트로마트,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판매500만원 안팎 4족 보행 로봇도 … 소비자 호기심 ↑현대차 아틀라스 어디에? "뉴스서만 보니 아쉬워"
  • ▲ 영등포 일렉트로마트에서 로봇시연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있다.ⓒ김수한 기자
    ▲ 영등포 일렉트로마트에서 로봇시연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있다.ⓒ김수한 기자
    "와! 이거 현대차 거야?"

    지난 금요일,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일렉트로마트가 북적였다. 직원의 안내 멘트와 함께 시작된 로봇 시연을 보러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멈췄다. 남녀노소의 탄성을 자아낸 주인공은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인사를 건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이거 봐. 현대차에서 만든 건가 봐. 뉴스에 나오던 것 아니야?"

    한 40대 남성이 물었지만, 직원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아니요 고객님, 이건 중국 유니트리 제품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로보틱스 기술 초격차를 과시하는 사이, 대한민국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점령한 건 다름 아닌 중국 기업의 로봇이었다.

    이날 매장에 진열된 로봇 14종 중 국산은 시니어를 위한 돌봄 로봇 '다솜' 등 소수에 불과했다. 90% 이상이 중국 기업의 제품이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끈 건 중국 유니트리사의 휴머노이드 'G1'이었다. 가격표는 3100만원. 연구용이나 전시용이 아닌 실제 판매용이란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 ▲ 유니트리 G1 제품.ⓒ김수한
    ▲ 유니트리 G1 제품.ⓒ김수한
    키 127cm의 G1은 관절 자유도가 23DOF에 달해 사람과 자연스럽게 마주 보고, 지난 CES 2026에서 복싱하는 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모델이다. 바로 옆에는 399만원~599만원대의 4족 보행 로봇 'Go2'가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렸다. "앉아", "손"을 외치는 아이들에 반응하며 시선을 독차지했다.
  • ▲ 판매 중인 유니트리 'Go2'와 고객이 직접 가져온 소니 '아이보'를 만지는 아이.ⓒ김수한 기자
    ▲ 판매 중인 유니트리 'Go2'와 고객이 직접 가져온 소니 '아이보'를 만지는 아이.ⓒ김수한 기자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호기심과 구매욕이 가득했다. 가격 문의와 실생활에서의 활용법을 묻는 소비자가 많았다. 관심을 보이던 60대 윤 모 씨는 "중국 제품이라 망설여지긴 하지만, 당장 내 눈앞에서 작동하고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반려 로봇 소니 '아이보'를 안고 매장을 찾은 김 모 씨는 "로봇 개를 키우고 싶어 구매했지만, 국산 중에는 일반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괜찮은 모델이 없었다"라며 "반려 로봇이 주는 행복감이 있어서 만족한다"라고 주변 소비자들에게 로봇 제품을 적극 추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는 中 vs 스스로 생각하는 韓

    중국 로봇의 약진 비결은 과감한 상품화에 있다.

    엄밀히 따지면 기술의 결은 다르다. 이날 매장에서 본 유니트리의 로봇들은 주로 조이스틱을 통한 원격 제어방식에 기반한다.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조종할 수 있어 재미와 접근성은 높지만,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자율성은 부족하다. 반면 중국의 센스타임이 내놓은 '센스로봇 고(바둑로봇)'처럼 특정 기능에 집중해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한 제품들도 매장에서 볼 수 있다.
  • ▲ 직원들이 조이스틱을 들고 G1 작동을 준비한다.ⓒ김수한 기자
    ▲ 직원들이 조이스틱을 들고 G1 작동을 준비한다.ⓒ김수한 기자
    반대로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는 차원이 다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해, "저 상자를 치워줘"라고 말만 해도 로봇이 스스로 방법을 추론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술은 현재 스마트 팩토리 등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 머물러 있어, 일반 소비자는 유튜브 영상으로만 접한다.

    현장에서 로봇을 지켜보던 60대 윤 모 씨는 "현대차 로봇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건 알지만, 그건 뉴스에나 나오지 않나" 며 "정작 살 수 있거나 직접 보는건 중국 로봇 뿐이라는 게 씁쓸하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 ▲ CES 2026에서‘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현대차
    ▲ CES 2026에서‘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현대차
    업계에서는 현재의 로봇 시장 상황을 과거 한국 제조업이 겪었던 위기의 데자뷔로 보고 있다. 과거 배터리와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은 기술적 우위를 자신했지만, 거대한 내수 시장과 데이터를 앞세운 중국의 물량 공세에 고전한 바 있다.

    로봇 산업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중국산 로봇이 국내 가정과 유통 현장을 점령하며 실생활 데이터를 선점할 경우, 향후 현대차가 고성능 로봇을 출시하더라도 이미 높아진 시장 진입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아틀라스의 AI 기반 자율성과 추론 능력은 중국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지만, 소비자 접점이 없다면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기술 과시를 넘어 상용화 문턱을 낮추는 'B2C 투트랙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시장은 기술력만으로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영등포 현장이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