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외치지만 사외이사 32중 16명 문과 교수이사회, 기술적 타당성 검증 어려움 … 감시망 부재 글래스 루이스 "해외 기관 투자자 70%, 이사회가 AI 감독 책임져야"BOA·시티그룹 등 이사회 내 '기술 위원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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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해 'AI 대전환'을 선언했지만 정작 이를 감독할 이사회 내 AI 관련 실무 경력자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전략 자산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사회 차원의 기술 검증 체계가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난 1월부터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은행권 이사회 운영 실태 점검에 나선 가운데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사외이사 32명 중 AI 관련 실무 경력을 갖춘 전문가는 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 구성은 학계 출신에 편중된 모습이다. 전체 사외이사의 50%에 달하는 16명이 전·현직 교수고 나머지는 금융·회계·법률 전문가가 차지했다. IT관련 이력을 보유한 인사는 윤심(전 삼성 SDS 부사장) 하나금융 사외이사, 최재홍(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KB금융 사외이사 등 소수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특정 직군 쏠림 현상이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원장은 "이사회 내에 전문경영인 등 현장 전문가가 부족해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경험이 없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논리에 의존해 견제보다는 거수기 역할에 머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문성 결여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AI 사업'의 리스크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AI 확대를 위해서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GPU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이사회 구성으로는 기술적 타당성 등을 검증하기 보다 재무적 지표만 확인하는 수준의 의사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크게 배치된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는 '2026년 거버넌스 인사이트 포럼'에서 "글로벌 기관 투자자의 70%는 AI 감독 책임을 이사회가 져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대형 상장사의 40%가 AI 감독 정책을 공시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 공시는 기술·윤리 프레임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이사회 차원에서 누가 AI 리스크를 감독하는지 명확히 보이지 않는 점이 향후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래스루이스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ISS와 함께 해당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해외 기관들이 국내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는 리포트를 발간한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나 시티그룹(Citi Group) 등 글로벌 은행들은 이사회 내에 실리콘 밸리 출신 임원 비중을 늘리거나 기술 위원회(Technology Committee)를 별도로 운영해 AI 전략, 기술 인재 계획 등을 직접 감독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3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사외이사 32명 중 70%가 넘는 23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며 "단순히 교수 출신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현장 전문가 영입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