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속재산분할협의서 효력 인정 … 원고 청구 모두 기각LG 그룹 지분 재조정 우려 완화 … '장자 승계' 구조 유지100조 투자·ABC 전략 속도 … 신사업 전환 분수령
  • ▲ 구광모 LG그룹 회장ⓒ뉴데일리DB
    ▲ 구광모 LG그룹 회장ⓒ뉴데일리DB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상속 재산을 둘러싼 법적 공방 1심에서 법원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완화됐다. 항소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총수 체제의 정당성이 법원 판단으로 재확인되면서 LG가 추진해온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과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는 12일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2018년 작성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구 회장은 지분 재조정 가능성이라는 경영권 리스크를 일단 덜게 됐다. 현재 구 회장은 ㈜LG 지분 16.2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40%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이 상속 분할 협의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LG가(家)의 기존 승계 구도 역시 흔들림 없이 유지하게 됐다.

    세모녀 측은 판결 직후 항소 방침을 밝혔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1심 판단으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8년 11월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구 회장은 ㈜LG 지분 8.76%를 상속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재는 ㈜LG 지분 16.27%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단 및 특별관계자 지분을 포함하면 총 42.54% 수준이다. 법원이 협의의 적법성을 인정하면서 LG가(家)의 '경영권은 장자가, 다른 가족은 계열 분리나 개인 재산으로 정리한다'는 승계 방식도 유지하게 됐다.
  • ▲ 구광모 LG 회장이 인도 노이다 사업장을 방문한 모습ⓒLG
    ▲ 구광모 LG 회장이 인도 노이다 사업장을 방문한 모습ⓒLG
    총수 체제가 재확인되면서 그룹의 중장기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3대 성장축으로 삼는 ABC 전략을 제시해왔다. 2028년까지 국내에 100조원대를 투자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미래 성장동력과 신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그룹 전체의 체질 전환 또한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룹 캐시카우인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들의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태다. 

    실제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연간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42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적자 폭도 전년 동기보다 확대됐다.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지분법 손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다만 이번 경영권 리스크 완화로 신사업 전환의 실행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AI 분야에선 LG AI연구원이 개발한 'K-엑사원'이 정부 주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의료 정밀 AI 모델 '엑사원패스 2.5'도 공개하며 바이오·의료 영역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LG CNS는 차바이오텍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바이오 축 강화에도 나섰다. 클린테크 영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재활용, 차세대 에너지원과 연계한 기술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특히 구 회장이 그동안 신중하게 접근해온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LG는 AI·배터리·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전략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해 왔지만 굵직한 '빅딜'에는 비교적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제 지분 구조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1차적으로 정리된 만큼 미래 성장축과 직결된 핵심 기술·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조 단위 M&A가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ABC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