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었지만 거래는 정체…가격·자금 조달 장벽 여전부동산업계 "매물 증가, 곧 거래 회복 의미하긴 어려워"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 예상과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 환경이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 매도 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고가 주택 중심의 구조적 특성상 매물 증가가 실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3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175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 5만6219건 대비 약 보름 만에 9.8% 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매물 증가 폭이 작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이를 곧바로 거래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이 같은 매물 증가 흐름과 맞물려 시장에서는 매도 주체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실제로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1주택자 매물이 늘어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강남권과 성동구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 상담 과정에서 1주택자의 문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과거에는 갈아타기나 투자 목적 문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세금과 보유 부담을 이유로 한 매도 상담이 증가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정책 환경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인을 지목한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유세 부담 확대 가능성, 세제 불확실성 등이 1주택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 손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장기 보유 전략을 유지해온 실거주자들 사이에서도 관망보다는 매도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업계에서는 매물 증가 현상을 단순한 '매도 확산'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고가 주택 비중이 높은 서울 주요 지역 특성상 매물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물이 증가했다고 해서 곧바로 거래 활성화나 가격 조정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매수자의 자금 조달 여건, 대출 규제, 가격 부담 등이 여전히 거래를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가 1주택 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거래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도자는 세 부담과 보유 리스크를 고려해 가격 조정에 소극적인 반면 매수자는 금융 규제와 자금 부담으로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책 설계 단계에서 기대했던 매물 확대 이후 가격 안정, 거래 정상화의 경로가 시장에서는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이라며 "매물이 늘어도 매수세가 받쳐주지 못하면 체감 시장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영향 범위가 의도치 않게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주택자 규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환경이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 심리까지 자극하면서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수요자 중심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보유 자체에 대한 부담 인식이 강화돼 매도 고민이 확산하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결국 시장의 핵심 변수는 매물 증가 여부가 아니라 거래 연결 가능성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매물이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더라도 가격과 금융 여건, 매수 심리가 개선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시장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매물이 증가하더라도 거래는 정체되는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환경과 금융 여건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매물 확대가 정책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매물은 늘고 있지만 시장은 조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