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연 8000억달러 수출 기대 … 성장률 전망도 상향실질 소비 5년 만에 감소 … 재량 지출 위축에 체감 경기 악화홈플러스 회생 기로·발란 파산 … 유통 M&A 시장 매물 적체편의점·화장품·식품까지 희망퇴직 확산 … "소비 연결 고리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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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6000 시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 출근길 모습. ⓒ연합
한국 경제가 코스피 6000선 돌파 축포를 터뜨리고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에 기댄 반도체 수출이 독주하며 전체 수출을 밀어 올리는 사이 철강·석유화학·건설업은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격차는 고용과 내수 침체, 그리고 자산 양극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구조적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반도체 기업 종사자들이 억대 성과급으로 함박 웃음을 짓는 사이,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직원들은 연체와 폐업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소득자들이 삼성전자로 떼 돈을 버는 동안, 20대와 건설 등 비IT 부문 일자리는 급속하게 소멸돼 가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들에 대한 융단 폭격을 가하는 동안, 전세와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은 치솟는 시장 금리에 고통을 겪고 그나마 물건을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자리·자산·산업 전 부문에 'K자형 성장'의 괴물 같은 기형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경제 전문가들조차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거대한 '분식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극단적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뉴데일리는 우리 경제에 퍼지는 악성의 K자형 곡선을 거시 담론과 실물 현장을 오가면서 장기 시리즈로 전한다. [편집자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증시 강세 속에 코스피 6000 시대가 열리며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해 1~2월 수출이 깜짝 실적을 이어가며 사상 첫 연간 8000억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장밋빛 대외 지표와 달리 내수와 밀접한 유통 현장에서는 매물 증가와 파산, 고용 축소 등 위기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수출과 증시가 견인하는 성장과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K자형 성장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감소했다. 연간 기준 실질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같은 기간 전국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0.5% 증가하며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지출 구조를 들여다보면 유통 현장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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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통업계와 직결된 소비 위축이 두드러졌다. 의류·신발 소비는 지난해 0.2% 감소하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오락·문화(-1.3%), 교육(-2.8%), 주류·담배(-0.8%) 지출도 줄었다.
- ▲ 홈플러스 매장 전경 ⓒ홈플러스
반면 주거비와 의료비 등 필수 지출은 증가했다. 소비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는 영역부터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유통으로 흘러들 여력이 빠르게 줄어든 구조라는 해석이다.
소비 여력 둔화는 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전반에 매물이 쌓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홈플러스, 초록마을, 노랑통닭 등 주요 유통·외식 기업들이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오프라인 중심 사업 구조와 수익성 둔화라는 부담 탓에 가격과 조건을 둘러싼 협상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유통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다. 전국에 다수 점포를 보유한 대형마트로서 고용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도 높다.
지난해 3월4일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관련 법에 따라 1년 이내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지 않을 경우 파산·청산 절차로 전환될 수 있다. 법원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재차 연장했지만 오는 4일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 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기업 파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명품 플랫폼 발란은 설립 10년 만에 파산 선고를 받으며 시장에서 퇴장했다. 파산을 피한 기업들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지난 6월 티몬은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며 재기를 모색했지만 결제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협의가 지연되면서 정상화 과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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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매대 ⓒ뉴데일리DB
문제는 매물과 파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력 감축 역시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편의점과 화장품, 식품업계로 구조조정이 확산됐다. 이마트24를 시작으로 GS리테일과 코리아세븐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 등도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소비 확산과 점포 효율화, 인공지능(AI) 도입 등 업무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직 슬림화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인력 감축이 일시적 대응을 넘어 상시 전략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최근 파리크라상과 빙그레가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홈플러스 역시 본사 직책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유통 현장에서 나타나는 매물 증가와 파산, 고용 축소가 증시 호황과 괴리된 실물 경기의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성장의 온기가 소비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위기 신호가 유통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증시 호황이 유통업계 체감 경기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소비 연결 고리의 단절을 지목했다. 이 교수는 "코스피가 6000선까지 오를 정도면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도 적지 않을 텐데 그 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증시 상승이 실물 소비와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유통이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돈을 번 사람들조차 상승이 지속될지 확신하지 못해 소비를 미루고 있다"며 "성장이 특정 산업에만 집중될 경우 소비 여력이 넓게 확산되지 않고 그 부담이 유통과 내수로 먼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성과가 실제 소비와 내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다음 단계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