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 발표 14건 수사의뢰·96건 개선안 마련 요구강 회장, 재단사업비 유용·황금열쇠 수수회장 비위 보도 언론사에 억대 광고비
  •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연합뉴스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연합뉴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재단 핵심 간부를 통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에게 선물·답례품을 돌리고, 농협중앙회가 농협경제지주 요청에 거액의 부정적 신용대출을 실행하는 등 내부 통제가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과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감사원, 공공기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 지난 1월 26일부터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9일 결과를 발표했다. 

    ◇강호동 회장, 선거 답례에 재단 사업비 4.9억 유용 
    '정부합동 특별감사'에서는 농협 핵심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계약·대출, 방만한 예산집행 등이 확인됐다. 이는 작동하지 않는 내부 통제장치와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의뢰하고 96건(잠정)에 대해 제도개선안 마련 등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익명 제보를 통해서 650여 건의 제보를 받았고 경중·신빙성·구체성 등 우선순위를 정해 12개 회원조합을 선정해 감사했다"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농식품에서 제보의 경중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농협재단 핵심 간부를 통해 재단사업비 4억9000만원을 유용했다. 이 돈은 강 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과 조합원, 임직원 등에게 제공할 선물과 답례품비로 쓰였다. 강 회장은 지난해 2월 조합장들로부터 취임 1주년을 기념해 58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 10돈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협법에 농식품부 장관이 농협 임원에 대해서 개선, 주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수사 의뢰를 통해 관련 내용이 확정되면 그 이후에 그에 따른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농협재단 핵심 간부는 '쌀소비 촉진 캠페인' 등 사업비 1억3000만원을 빼돌려 안마기 등 사택 가구류를 사들이고 자녀 결혼식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농협중앙회의 또 다른 핵심 간부는 강 회장의 선거 관련 금품수수 의혹 기사를 무마하기 위해 해당 신문사에 홍보비 1억원을 집행했다. 

    또 강 회장이 조합장으로 재직했던 율곡농협이 지난해 3월 정기예금 예치를 부탁하자 그해 3·4월에 각각 50억원 씩, 총 100억원을 예치금으로 송부하는 등 재단자금 운용을 불투명하게 했다. 이사회의 조직개편 의결을 미이행하는가 하면, 최근 5년간 포상금 일종인 직상금 75억원이 객관적 성과평가 없이 선심성으로 무분별하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장과 임원들은 타 협동조합과 비교해 최소 3배 많은 퇴임공로금(퇴직금)을 받고 있으며, 기준보다 넓고 고가인 업무용 사택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혜성 대출·투자·계약도 확인됐다. 2022년 농협중앙회는 냉동식품 제조 신설 법인의 사업계획·상환능력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145억원의 신용대출을 실행했으며, 해당 대출은 지난해 2월부터 연체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농협경제지주의 대출 취급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22년부터 농헙재단과 중앙회 상호금융이 A캐피탈에 중앙회 200억원, 재단 15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와 중앙회 105억원의 한도대출, 재단 220억원의 기업어음(CP) 매입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지만 현재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특히 중앙회 한도대출과 재단 CP 매입 당시 중앙회 상무 출신 B씨와 C씨는 각각 A캐피탈의 고문, 상임부회장으로 재직해 업무상 배임 가능성도 불거진다. 

    이밖에도 중앙회·자회사가 특정 업체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해 이익을 나누고, 회사에는 손해를 발생시킨 특혜성 계약들도 덜미가 잡혔다. 
  • ▲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개혁위원회
    ▲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개혁위원회
    ◇나눠먹기식 예산 집행에 분식회계까지 
    방만한 예산·재산 관리도 적발됐다. 감사 결과 조합장과 임원들은 각종 수당·기념품·선물·상조비를 지원받고 있었으며, 중앙회·자회사 임원들도 황금열쇠·전별금 등을 퇴직시 지급받는 등 나눠먹기식 예산이 집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의 선진지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한 자회사는 2024년 업무연관성이 부족한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1인당 약 1000만원의 해외 연수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앙회는 지출항목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는 예산이 배정예산의 약 6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출항목을 미리 정해놓은 예산조차 총회의결을 거치지 않고 변경 집행하는 등 농협법에 규정된 예산원칙을 위반하는 예산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이사회 구성원 중 전·현직 조합장, 농협 계열사 출신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사례도 있었다. 농협중앙회 및 경제지주 산하 17개 계열사의 비상임이사는 총 195명으로 회원 조합장 출신 159명(81.5%), 농협 계열사 출신 26명(13.3%)이며,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는 10명(5.1%)이었다. 정부는 이를 두고 회원조합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경우 비상임이사의 역할과 회원조합 조합장의 이익간 충돌이 우려했다. 

    경제지주 한 계열사는 화환 비용으로 3년간 5억원 이상 지출하는 등 내부자끼리 선물과 접대를 주고 받는 관행도 적발됐다. 회원조합의 비리와 부실 방치 문제도 다수 확인됐다. D조합은 분식회계로 당기순손실 3억4500만원(추정)을 당기순이익 5억1000만원으로 허위 공시하고 배당 4억4000만원까지 실시하기도 했다. 

    비상임이사의 배우자업체와 특혜성 부동산 계약 체결, 조합장이 본인 비위를 심의하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셀프 징계', 비상임이사의 대출 연장 과정에서 특혜성 우대금리를 적용한 혐의 등 권한 남용 사례가 확인됐다.

    조합 간부가 면접관에게 특정 응시자 신상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조합장이 직제 규정을 위반해 인사 배치하는 등 인사권 남용 사례도 드러났다. 

    일부 조합장들이 사업자금인 광고선전비를 개인적인 인맥 관리용 선물 구매에 사용하거나 법인카드를 심야·휴일 등 업무와 무관한 시간대에 사용하는 등 조합재산을 사적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특정 조합원을 반복 제명하거나 정관보다 높은 출자 권유로 회원가입을 제한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또 조합원 가입이나 조합원 실태조사 과정에서 경작사실 확인을 위한 현지조사를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등 조합원 자격검증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가 농협 내부인 중심으로 구성돼 핵심 간부의 비리·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운영에 대한 실효적인 통제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특별감사와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농협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