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한 3차 상법개정 따른 정관 일부 변경경영상 목적 위해 자사주 유지·활용 가능 안건 가결집중투표제로 향후 이사회 진입 가능성 여전
  • ▲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제4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호석유화학
    ▲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제4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을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보유·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가결했다. 이번 결정은 자사주 전량 소각 대신 보유·처분을 명문화한 것으로, 향후 박철완 전 상무 측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행동주의 주주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올해는 박철완 전 상무 측이 주주 제안을 내지 않고 의결권 행사도 하지 않으면서 이번 주총은 이견 없이 마무리됐지만, 집중투표제 시행 이후 박철완 전 상무의 이사회 진입 재도전 가능성이 남아 있어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26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스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처분에 관한 규정 명확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3차 상법 개정에 따른 정관 정비 차원이다.

    개정된 상법에 따라 주식회사는 기존 보유한 자사주를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신규 취득 자사주도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13.44%를 보유한 금호석유화학은 소각해야 하는 자사주 가치만 약 7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필요한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기존 정관은 자사주 관련 사항을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했으나, 변경안은 회사가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얻은 뒤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소강상태지만 박철완 전 상무와 경영권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9.98%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박찬구 회장 측 우호 지분은 합쳐도 17%다.  박준경 사장 8.39%, 박찬구 회장 7.84%, 박주형 부사장 1.24%다.

    박철완 전 상무 측은 주가가 시장 기대치보다 낮다며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자사주를 보유하면 향후 우호 지분 확보나 합병·주식교환 등에 활용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경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EB)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주주가치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은 종료되지 않았으며, 추가 지분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사회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2022년과 2024년 이사회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 주총에서도 별도의 주주제안을 내지 않고 불참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상법개정에 따른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소수주주도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어 박 전 상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상무 측이 보유 중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약 11%를 몰아주면 이사 선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철완 전 상무 측이 오는 주총에서 이사 선임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로 이사 6명을 뽑을 경우,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6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이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밖에도 이날 주총에선 전자주주총회 도입 관련 규정과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정관 변경 감사위원으로 양정원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가, 독립이사로 김재희크리스틴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와 박순애 서울대 교수가 선임됐다. 올해 이사 보수 한도는 지난해 65억원에서 60억원으로 줄었다.

    백종훈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인사말을 통해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 바이오 및 지속가능 소재,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을 3대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전환과 수익 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또한 "중동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해 원재료 수입 다변화와 고객사 협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수립한 2024~2026년 주주환원 계획에 따라 자기주식 매입·소각도 진행 중이다. 약속된 주식의 3분의 2를 소각했으며, 올해 나머지 3분의 1도 소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