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들 한국과 에너지 안보 협력 확대 움직임정부, 비축기지 2000만배럴 규모 추가 증설 검토
  • ▲ 한국석유공사 서산비축기지. (사진=석유공사) ⓒ뉴시스
    ▲ 한국석유공사 서산비축기지. (사진=석유공사)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의 석유 비축기지 활용을 타진하며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자 원유를 해협 밖에 선제적으로 보관하려는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최근에 보면 우리나라의 비축기지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UAE 등이 우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 실장은 "산유국들 입장에서는 원유를 해협 밖에 미리 두고 나중에 팔 수 있다면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동북아 비축기지를 활용하는 데 대해 관심이 많고 (우리 측에도)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은 국제공동비축사업을 통해 산유국 및 해외 기업의 원유를 한국석유공사의 유휴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저장 임대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급 위기 발생 시 정부가 해당 물량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구조다. 기존 계약을 맺은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 외에도 추가 참여를 검토하는 산유국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러한 수요 확대에 대응해 비축기지 용량 확대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 비축기지 총 용량은 1억4597만배럴로 약 90%가 사용되고 있으며, 약 2000만배럴 규모의 추가 증설이 검토되고 있다.

    양 실장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2000만배럴 증설을 위한 설계 용역 예산을 신청했지만, 추후 설계 과정에서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판단이 이뤄질 듯하다"고 말했다.

    비축유 추가 확보와 관련해서는 재정 여건이 변수로 지목됐다. 그는 "비축유 추가 구매 시점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석유공사의 애로 중의 하나가 비축을 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예산이 확보되며 대체 물량 확보에서 선택지가 늘어나는 효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원유와 나프타에 이어 석유화학 원료 전반으로 수급 관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매점매석 금지와 긴급 수급조정 명령을 이번 주 내 시행할 예정이다.

    양 실장은 "(석유화학 원료 매점 매석 금지 조치 등은) 이번 주 내로 하게 될 것 같다"며 "관리 대상은 나프타 분해설비(NCC)에서 일차적으로 나오는 기초 유분 일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 수백 가지를 범위에 넣으면 광범위해져 관리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주요 산업의 공급망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의중 제조산업정책관은 "민생 관련 품목이라든지 산업계에서 주력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매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많은 업계에서 5월 나프타 공급이 잘 안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5월 나프타 확보되고 있고 원료가 확보된다는 소식이 있다. 수급 불안감이 잦아들면 현재의 어려움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국회에서 의결된 나프타 수급안정지원 사업 추경 예산 6744억원을 활용해 수급 안정에 나선다. 해당 사업은 나프타 수입 단가 상승분의 50%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4월1일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양 실장은 "소급 적용을 통해 수급 안정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5월 물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4~6월 동안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NCC 가동률은 지난해 약 80% 수준에서 올해 3월에는 55%까지 하락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가동률을 70% 수준까지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