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코스피 제도개선 박차, "잔돌 뽑자" 파상적증권업계 T+1, 거래시간연장 등 인프라 확충 시급AI발 반도체값 폭등, 장비 도입가 수 배 급등칩플레이션 장기화에 증권사·유관기관 ‘속앓이’
  •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주식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며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잔돌’까지 골라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제도 개선 주문에 증권업계와 유관 기관들은 이를 뒷받침할 'IT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반도체 및 관련 장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프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李 "주식시장 정상화…이제 잔돌 집어낼 차례"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주식시장 정상화 조처와 관련해 "큰 돌 몇개 집어내는 수준인데, 이제 잔돌을 집어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작아 보이지만 그런 것들을 시정하면 조금씩 개선이 된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법률 부분과 거래소 자체 구조개혁 두 가지가 있는데, 준비해서 보고하겠다"고 답변해 추가적인 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도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왜 모레 주느냐”며 매매 대금 정산 방식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주문해 왔다.

     쏟아지는 제도 개편…전산 인프라는 '한계'

    정부의 주문에 따라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은 현재 ‘T+2’ 결제 방식을 미국 수준인 ‘T+1’로 단축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여기에 글로벌 유동성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주식거래 12시간 연장’ 및 ‘야간 시장’ 개설까지 예고된 상태다.

    다만 이러한 제도들이 공짜로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제 주기를 하루 앞당기고 거래 시간을 두 배 가까이 늘리려면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할 서버 증설과 24시간 가동을 견딜 수 있는 고성능 IT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칩플레이션’의 공포…인프라 비용만 ‘3배’ 폭등

    이 대통령의 주문에 유관기관은 서둘러 인프라 확충에 나섰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시작된 ‘칩플레이션’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끌어올리며 IT 장비 가격을 폭등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며 반도체 공급망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됐다.

    실제로 'T+1' 결제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 중인 금융기관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장비 도입 비용이 당초 편성했던 예산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국가적 과제라 안 할 수도 없고,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려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자체 인프라 없는 중소형사"…당국 부담 가중

    자체 전산망을 운영할 여력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로 인해 유관기관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주로 자본시장 IT 인프라를 담당하는 코스콤(Koscom)의 ‘파워베이스(PowerBASE)’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인프라 비용 상승은 결국 이들의 수수료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콤 역시 ‘88-66 미션(복수거래시장 및 야간시장 지원)’ 완수 이후 운영 체계 전반을 점검하며 안정 운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비 도입 원가 상승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IT 기기 가격 도미노 인상…"안 오르는 게 없다"

    반도체 원가 상승의 여파는 금융 인프라뿐만 아니라 소비자 완제품 가격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 높은 AI 제품에 집중하면서, PC, 스마트폰 등 IT 기기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칩플레이션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IT 인프라를 당장 확충해야 하는 증권업계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각각 50%, 90% 이상 폭등했으며 추가 인상이 예고되어 있다.

    LG전자의 ‘그램’ 시리즈는 1년 사이 가격이 약 100만 원 가까이 올랐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 시리즈 역시 최대 90만 원까지 인상됐다.

    심지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PS5) 가격이 100달러가량 인상됐으며,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인해 차기 모델 출시 계획까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