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5차 최고가 지정안 발표 … 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 유지리터당 최대 628원 인상 요인 눌러… 물가 1.2%p 하락 효과에도 우려 여전정유사 누적 손실 3조원대·예산 바닥 … 전문가 "억지로 누른 가격 확 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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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통상부. ⓒ전성무 기자
정부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국민 부담을 고려해 석유 제품 가격을 다시 한번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누적된 가격 인상 요인을 재정으로 버티는 구조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향후 예산 소진 시 발생할 '가격 폭탄'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산업통상부는 7일 제5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8일 0시부터 향후 2주간 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의 상한선이 유지된다.정부는 이번 결정을 "민생을 지키는 방파제 조치"라고 규정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최고가격제가 아니었다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이 3%대를 훌쩍 넘어섰을 것이라는 판단이다.실제로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상승 폭을 약 1.2%p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문제는 시장 원리를 거스른 동결이 길어지면서 '잠재적 폭탄'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지정 당시 반영됐어야 할 미반영분을 고려하면 현재 경유 가격은 리터당 2551원, 등유는 2103원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 정부가 리터당 최대 628원의 인상 요인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가격 비정상'은 유통 시장의 왜곡을 부르고 있다. 실제 가치보다 낮은 고시가로 인해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판매를 기피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수급 불균형'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억지로 누른 스프링은 언젠가 튀어 오르기 마련"이라며 제도 종료 시 한꺼번에 반영될 가격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정부의 재정 여력도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미 상당기간 가격을 묶어 놓은 만큼 정부가 확보한 정유사 손실보전 예산 4조2000억원이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상황이다.정유사들은 석유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3월 13일 이후 누적된 손실이 3조원대라고 주장하고 있다.재정당국 내부에서도 고심이 깊다. 재정으로 가격을 억제하는 방식이 장기화될수록 결국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으로 전가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특히 일부에선 정부가 중동 전쟁 종전 여부와 관계 없이 6.3 지방선거 직후 최고가격제를 전격 해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 전까지는 표심을 고려해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억지로 가격을 묶어두겠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정 고갈을 이유로 가격 현실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이 경우 6월 초부터 리터당 수백원 이상의 가격 인상이 한꺼번에 단행될 수 있어 '선거용 물가 관리'라는 비판과 함께 서민들의 체감 물가 충격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중동 상황이 변화가 없는 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시장 원리를 단계적으로 회복하면서 취약계층을 핀셋 지원하는 '연착륙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